cross 과학자와 예술가의 옻칠탐험기
오천 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나라에는 장대하고 뛰어난 문화예술 콘텐츠가 다양하게
살아있습니다. 그중에서 나무를 기반으로 한 목조 공예품은 옛 왕궁의 지밀한 처소를 화려하게 장
식한 장부터 일반 백성들의 평범한 개다리소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와 용도로 활용되었고,
대개 표면 마감재로 옻칠을 바르는 작업이 필수적이었습니다. 목기 외에 가죽이나 철기 등에도 옻
칠은 수분이나 벌레의 침입을 막아 오랜 사용 수명을 기대하는 목적에서 늘 사용되어 왔습니다.
언제부터 옻칠을 사용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최근 밀양 신안 유적에서 발굴된
5,000년 전 신석기 시대 붉은 간토기에서 우루시올의 구성 성분이 검출되었고, 안료의 접착제로
옻칠을 사용한 것으로 보아 옻칠은 인류가 가장 오랫동안 사용해 온 도료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과
학적 지식이 거의 전무하던 때부터 선조들의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옻칠 사용법이 정착되었으나,
경험적 방식에 기반한 것은 옻칠이 가진 풍부한 가능성을 십분 활용하기에 부족한 면이 많습니다.
본 연구는 이에 대한 목마름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옻칠이 보여주는 심미적 장점과 함께 뛰어난 내
구성의 근원을 기계적 및 기능적으로 탐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존 마감재로서의 영역을 넘어 공
예·회화의 새로운 조형 재료 및 일상생활에서의 기능 재료로서의 가능성을 발굴하고자 한 것입
니다. 지난 3년간, 전통 옻칠공예 작업에 첨단 분광기술과 소재 분석 기술을 접목하여 미세 분자
영역에서의 옻칠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었으며, 이를 기반으로 기존에 없던 소재로서의
활용뿐 아니라 해저 케이블, 선박, 비행기 등 각종 산업용 구조물의 부식 방지 소재 그리고 방충,
방염 및 절연성 등을 활용한 건축물 실내·외의 표면 소재로서 옻칠의 이용 범위를 확대할 수 있
음을 발견하였습니다.
이제는 친환경 기술 및 제품, 다양성과 개성을 강조하는 소비자 맞춤형 제품에 대한 요구를 충족
시키는 4차 산업혁명 시대로 발돋움할 때입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동안 수행해온 다양한 시도
와 수많은 고민의 결과물 중 일부를 통해 대표적인 전통 소재로서 공예 및 회화용 옻칠이 지닌 전
통적 문화콘텐츠로서의 위상을 다시 확인하고, 공예/회화 맞춤형 옻칠 소재의 미래 가능성을 함
께 살펴볼 수 있을 것입니다.
2019년 이른 봄부터 지금껏 연구 기간 내내 많은 도움을 주신 한국콘텐츠진흥원과 문화체육관광
부의 모든 분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립니다. 한 분 한 분 이름을 다 적고 싶지만 한정된 지면이
라 아쉬운 마음뿐입니다. 그간 작품 활동과 더불어 옻칠의 새로운 시도를 위해 수많은 시간을 함
께 지새운 지천옻칠아트센터 김은경 대표님, 그리고 컬러 옻칠의 새 장르에 도전한 숙명여자대학
교 임호선 교수님, 옻칠 공정의 획기적 대안을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은 광주과학기술원 이은지
교수님, 그리고 매 순간 우리 옻칠 연구단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이끌어온 한국과학기술연구
원 임정아 박사님에게 무한한 감사를 전하며, 지금 이 순간에도 도전을 멈추지 않는 연구단의 모
든 연구진에게 응원과 박수를 보냅니다.
옻칠에 대한 탐구는 이제 시작입니다. 천 리 길의 한 걸음을 내디디며 정말로 좋은 우리 것이 세상
모든 곳에서 멋진 일상으로 피어날 수 있도록 더욱 정진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저자 : 이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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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임정아
저자 : 김은경
저자 : 임호선
저자 : 이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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