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고1 여학생들-정음시초 17부

고1 여학생들-정음시초 17부

저자
김석현
출판사
논밭
출판일
2014-06-03
등록일
2016-08-17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4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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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고1, 여학생들.
-닥닥.




누룽지 닥닥 긁어서
숭늉 올리고 나면, 나 뭘 먹나,

아버님 아시고,
잡수시던 밥 남기시니
허기 면하고,

물동이 이고 나서면
해님은 중천이라,
빨래하고 밭 매려면 그일
다 언제 할까,

신데렐라는 어려서 어머님을
잃고요, 샤바, 샤바, 아이샤바,
경주 수학여행 다녀오던
88년 열차 안,
지칠 줄 모르고 노래하던

고1, 여학생들,
그 소녀들은 지금쯤.














1.
원수는 외나무다리원에서
-닥 뜨리다.



40년 훈장일 끝내고 고향 찾아가는 길,
송정리역 전 앞에서
아침해장국 한 그릇 시켜서 먹고 있는데,

옆자리에 앉은 사람들이 술잔을 주고받으며
자기들끼리 예전에 한 놈을 디지게
우리형제 패 준일 있다면서,
희희덕거리며, 그자도
거 목공소 하는 나이 많은 형이 한사람
있었는디, 왜 우리한테 아무 말 없었냐며,

여지없이 맞닥뜨렸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내 앞 이빨을 헤딩으로 부셔버린
의좋은 형제들이, 여기 안자 있는 것이다.

내 암해어사 마패라도 있었다면
당장 육모 방망이 패를 부르련만,

안녕하십니까, 내가 그자인디, 지금도 앞 이가,
뭐 이런 자가 있냐는 듯 키 작은 자가
예나지금이나 위아래를 훑어보다가는
또 다시 헤딩을 하려는 듯이 벌떡 일어서더니
갑자기 무릎을 꿇는다.

죄송해요, 그 일로 화가 났다가도 내가 너무
심한 것 같기도 하고 평생 기억나서
미안 했어라우, 용서하시오.

마패라도 있다면, 이자를.......
내가 잘못했어요, 뭐들라고 지나가는 당신을
째려봐가지고,

눈을 뜨니 기차는 덜커덩거리며
장성 갈재 터널을 들어서고 있었다.
2.
그 아픈 죄를 짓는가.
-닥스훈트.



그대는
그 짧은 다리로 어찌 속도 내어
요절낸다는 말인가,
긴 허리 반동으로 굴러가는가,

일어서면 긴 키련만
그 작달막한 키지만
더 빠르고 더 멀고 더 높게
뛴다는
말인가,

그대는 누구를 조상으로 유전인자
받아
이 세상을 그 작은 키로 누비는가,

그대는 볼수록 아담하기만 한데,
그 어찌 그 아픈 죄를 짓는가.


















3.
천둥이 울려 번개가 친들
-닥지닥지.





흙을 밟고 밟으니 흙은 굳어져서 돌이 되더라.

볼록볼록 조약돌이 둥글둥글,
밟고 밟으니,
자연스런 건강 걷기, 발바닥을 찜질하니,
약 없어도, 침 맞지 않아도,
한의사선생님 만나러 먼 길 가지 않아도
치통 말고는, 자연 치유 받아서,

그 정개, 부엌바닥 닥지닥지 뭉쳐진 흙 돌 밟고
살림하셨던 우리어머님들은
조선의 어머님들은 건강한 심신으로,
바위 돌 앞에 두 손을 모으셨나니,

비지땀을 흘리시며 황토를 주무르시며 콩밭에
소나기 쏟아지고 천둥이 울려 번개가 친들

무서워하시었으랴.
뭐가 무서워서.














4.
참고 견디고 견디니,
-닥쳐오다.




예기치 않은 일이 닥쳐오더라도
아가야, 겁먹지 마라라.
곰곰 생각 하면 방책이 있을 것이니,

14살, 도시로 나가는 아들 녀석,
두 손을 붙드시고,
어머니는 눈을 빤히 바라보셨다.
목포수학여행, 노자 한 푼 안 쓰고
그냥 도로 가져왔다고,
동네사람들에게 자랑 많이 하시던
울 어머니,

에이 녀석, 돈 쓸 줄 그리 몰라서
사나이대장부 어찌 되려고,

이말 꾸욱 참고 자랑하신 걸 알았지만
그래도 칭찬하신 마음 알아,
예기치 않은 일 닥쳐 올 때마다,
아무에게도 말 않고 꾸욱 참고 견디고
견디니,

몸은 늘 피곤해도 마음은 편하더라.












5.
시간이 흘러가버린 후,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고, 걷어차 때려 부수고,
닥치는 대로 몸속에 쓸어 담는 물체를
사람들은 용가리라고 했다.

용가리 불가사리 고질라 중
승자는 용가리란다.

나는 지식의 용가리가 되고 싶었다.
내 젊은 날에는 이것저것
다 알아버리는 지식의 용가리.

그러면 악인이 될까, 선인이 될까,
악인도 선인도 아니라면 무엇이 될까,

선인이 될 확률이 높지 않음을
시행착오로 알아낸 뒤,
많은 시간이 흘러가버린 후,
지식의 용가리는 아니 되고 싶었다.

언제쯤 나는 나의 남은 생애를
통찰로 살아가려나.













6.
품을 수는 없는 일 -닦다.




그리스의 철인 디오게네스는
보이는 것은 닦지 않고
보이지 않은 것을 닦고 닦았다.
알렉산더 대왕 앞에서,

반짝 반짝 광을 내는
닦는다는 일은 어떤 일보다
가치로운 일이기에
흠 없고 결 없이 깨끗하다면
아름답다는 말은 없으련만,
가슴 떨리는 서러움도 없으련만

닦고 닦아도 더 닦아야만 하는
우리 사는 세상,
태고의 산 백설을 우리는 가슴에
품을 수는 없는 일이기에,

보고 듣고 느껴야만 한다. 우리는
곱고 맑은 소리, 찬란한 빛을,
전율해오는 처절한
흔들림을.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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