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초월
“왜 멈춰?”
“잠깐 기다려봐. 여길 꼭 들어 가야해? 대체 뭐하는 곳인데? 미리 얘기해주면 안될까?”
“닥치고 들어와. 내가 잡아먹기라도 할까봐 그러냐?”
재호는 그렇다고 대답하려다 고개를 젓고 숨을 멈췄다. 저 초록색 냉기를 마시면 몸속에 독이 퍼지거나, 주술 같은 것에 걸려 경인이나 노아에게 농락당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문 밖에서 보는 것과 문 안쪽은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약간의 울렁거림이 있었지만, 10미터쯤 이어진 초록색 통로는 별다른 냄새를 풍기지도 않았고, 정신을 잃게 만들지도 않았다. 초록빛이 가득한 통로 끝에 들어왔던 문과 쌍둥이처럼 닮은 문이 놓여있었다. 경인은 집에 가는 아이처럼 편하게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재호도 마법사의 마수에서 빠져나가는 기분으로 문턱을 넘어 그때까지 참았던 숨을 몰아서 들이켰다.
“컥! 콜록 콜록.”
생각했던 도시 냄새가 아닌 짜디짠 바다냄새와 비릿한 냄새에 재호는 목을 쥐고 잔기침을 뱉어냈다.
“자식 촌스럽기는.”
경인이 재호의 등을 두드려주며 놀려댔다. 한참을 더 기침을 한 후, 공기가 익숙해지자 낯선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문밖은 방금 전 있던 인사동 골목이라는 느낌이 전혀 없는 새로운 세상이었다.
-본문 중에서
최진숙
1977년생.
두 아이를 낳고 키우는 평범한 주부의 삶을 살다보니 점점 꿈과는 거리가 멀어진 삶을 살 수 밖에 없었던 작가에게 어린 아이를 돌보며,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은 글쓰기 밖에 없었다.
아이가 잠든 시간에 펜을 들고 조금씩, 조금씩 글을 써 내려갔다. 그렇게 시작된 글쓰기가 이젠 없어서는 안 될 삶의 일부가 되어 버렸다. 하나씩 완성되는 작품을 출간하는 보람은 말로 표현을 할 수가 없다는 최진숙 작가는 지금도 열심히 글을 쓰고 있다.
출간작
<미녀는 추남을 좋아해>, <령-도화령>, <령-누리나라>, <무찾소>,
프롤로그
1. ~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