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비로소이다 1
“제가 그렇게 싫으십니까?”
단도직입적으로 그에게 물었다.
“저 또한 전하가 싫습니다. 무척이나 싫습니다.”
그가 말할 틈새조차 주지 않은 채 내 의견을 말했다.
“헌데 이것이 대의라고 하기에 입궁했습니다. 전하가 저를 취한다고 할지언정, 이게 대의이고 맞는 일이이게 제가 선택했습니다.”
“내가 너를 취한다……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였느냐.”
물론 내가 입궁한 연유는, 영상과의 약속이 있어서였다. 나 또한 그것을 알았지만 지금 내가 한 말은 앞뒤가 맞지 않았다.
“…….”
그의 말에 쉽사리 대답해야 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난 널 절대 취하지 않을 것이다.”
입장이 바뀐 듯, 비아냥거리는 미소로 날 쳐다보는 그였다. 생각해 보면 잘생긴 얼굴이었고 조금만 웃으면 훈남의 모습도 보였지만, 항상 화를 내는 당신이었다.
“널 절대 취하지 않을 것이고, 모든 궁인들이 멸시하도록 만들 것이다.”
아낌없이 저주의 말을 내뱉는 그였다.
-본문 중에서
저자 :
박지은
어렸을 적에는 최고가 되길 꿈꿨지만, 지금은 평균이 되길 바라는 취업준비생이다. 부자가 되길 바라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아직 청춘이라는 이름 아래 갖가지의 꿈을 지녔다. 선생님, 중견기업의 회사원, 누군가의 아내. 하나의 직업을 가지기 위해서는 그에 알맞은 자격증이 있어야 하고, 수많은 사람들의 경쟁아래 분투해야한다. 누군가의 아내가 되기 위해서도 사랑하는 이를 찾고, 그 사람과 밀고 당기는 게임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과 달리 고공분투까지 하지 않으면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소설을 쓰는 일이었다.
배우들이 작품 하나로 다양한 인생을 경험하듯 나또한 갖가지 소설을 통해 다양한 인생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한 소설에서는 연애 7년차 고수가 되기도 했고, 다른 소설에서는 재벌집 아내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현실 속에서는 평범한 사람이겠지만, 갖가지의 소설마다 다른 인물이 됨에 따라 소설은 나에게 마치 신으로 다가왔다.
대한민국에 5천만의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사랑과 경험담은 5천만을 넘어서 수억이 될 수도 있다. 내 힘이 다하는 그날까지, 이 모든 에피소드와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작성해나가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저서 <신데렐라, 그 이후의 이야기>
01 ~ 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