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컴퍼니 1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레스토랑 안.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은 서린이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내려놓자 물이 음악의 박자에 맞춰 잔잔한 물결을 일으켰다. 다들 함께 온 사람과 맛있는 식사를 하며, 즐거운 이야기꽃을 피우며 앉아 있었지만 서린은 긴장과 기대에 가득 찬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인생의 동반자를 찾으러 나온 자리이니, 떨리지 않는 것이 더욱 이상할 수도 있지 않을까.
벌써 이곳에서만 34번의 선 자리, 그녀는 이미 레스토랑 매니저부터 직원 모두가 알고 있는 손님이었다. 일주일에 한번 선을 보는 서린은 이 레스토랑을 8개월 반이나 들락날락했다. 35번째인 오늘을 마지막으로, 가입한 결혼정보회사와는 끝을 낼 요량이었다. 이번엔 특별하다고 했지만 보지 않고서는 믿을 수 없는 말이라는 걸 이미 아는 서린은 그저 기다릴 뿐이었다.
약속시간이 다가오고, 레스토랑으로 들어오는 남자 하나하나를 스캔하던 서린의 눈에 한 남자가 들어왔다.
‘아니, 왜 저 사람이…’
그녀는 바로 고개를 숙였지만 그녀의 시야에 들어오는 짙은 브라운 색의 구두를 보고는 어쩔 수 없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민망한 웃음을 지은 채 자리에서 일어나 꾸벅 인사를 했다.
“본부장님 안녕하세요. 인사가 늦었죠…….”
열심히 설명하려는 그녀의 말을 자른 본부장이 서린의 앞자리에 앉았다. 분명 약속시간이 다 됐는데 와야 하는 상대는 보이지도 않고 본부장과 대면하게 된 서린은 본부장이 왜 이 자리에 앉아있는지 궁금했다. 그때 본부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선보러 오셨죠?”
“아, 그게…… 아닌데요.”
“음, 매니저가 이쪽으로 안내하던데요.”
그제야 이 남자가 왜 자신의 앞에 앉아서 떠들고 있는지를 알게 된 서린은 민망함을 더욱 티내지 않으려 애썼고, 본부장의 말을 끝으로 두 사람 간의 대화는 끊겼다. 그렇게 물 흐르듯 시간이 지나가고, 이 상황을 어찌 모면해야 하나 고민하던 서린이 입을 열려는 그때, 본부장이 먼저 말을 꺼냈다.
“다행이네요.”
‘엥? 다행이라니, 뭐가?’
본부장의 뜬금없는 말에 서린은 혹시 본부장이 자신에 대해 특별한 감정이 있나,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본부장의 말이 이어졌다.
“어쩔 수 없이 나온 자리라 어떻게 거절할지 오면서 고민했는데, 마음 편하게 말할 수 있게 됐네요.”
‘미친…….’
서린은 속으로 잠시 쓸데없는 생각을 한 자신을 탓하고 있었고, 본부장이 일이 있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서린에게서 등을 보이더니 그대로 걸어가 레스토랑을 나가버렸다.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지 파악이 되지 않던 서린은 휑하게 빈 자신의 앞자리를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원하는 선 자리가 아니었다니까 일어나는 건 이해할 수 있는데, 혼자 남겨진 이 테이블과 함께 있는 자신이 매우 쪽팔렸다.
‘역시나 이 결혼정보회사는 나랑 안 맞아.’
레스토랑에서 나온 서린은 차에 올라 휴대폰을 들고 결혼정보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낭랑한 목소리와 함께 팀장이란 사람이 전화를 받자 서린이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쏘아대기 시작했다.
“이보세요, 적어도 상대를 결정할 땐 같은 회사인지 아닌지, 정도는 따져보고 매칭을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어떻게 일을 하기에 직장상사가 상대로 나옵니까? 내가 수백만 원씩 들여가며 괜히 VIP대접 받으려는 줄 알아요? 아주 당신네 회사 이딴 식이라고 이리저리 다 소문낼 거야!”
서린이 전화를 끊고 서린의 차가 레스토랑을 벗어나자 다시 핸드폰이 울렸다. 결혼정보회사였다. 변명을 하려는 건지 전화는 불이 나게 울렸고 서린은 전화를 조수석으로 던졌다. 아직 가라앉지 않은 흥분상태에서 그녀는 괜히 본부장이 생각났다. 자신에게서 등을 돌리고 가버리던 그를.
- 본문 중에서
저자 :
민하연
원래 책 읽는 걸 좋아해서 남이 지은 책만 읽다가 문득 나도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으로 로맨스 소설을 쓰게 되었습니다.
잘하는 것도 아니었고 처음엔 완결조차 못내고 도망가 버리는 경우도 많았지만 그렇게 천천히 연습하고 노력한 결과 많은 분들에게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제가 상상하는 세상이 글로 바뀌며 꽤 현실처럼 보이는 것에 대해 묘한 기분이 드는 건 저 뿐만이 아니겠지만 그 묘한 기분 하나 때문에 계속 글을 썼던 것 같습니다.
따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 돈을 위해서도 아니고 단지 제 글을 많은 분들이 읽는 것만으로 너무 행복합니다.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아 부족한 점이 많지만 최대한 현실성 많은 작가로 남고 싶습니다.
01. 시작
02. 아주 작은 무언가가 피어나
03. 내면의 감정을 겉으로 표현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