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김유정

김유정

저자
이상
출판사
토지
출판일
2018-09-17
등록일
2018-12-17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0
공급사
교보문고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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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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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소설체로 쓴 김유정론

이 유정은 겨울이면 모자를 쓰지 않는다. 그러면 탈모인가? 그의 그 더벅머리 위에는 참 우굴쭈굴한 벙거지가 얹혀 있는 것이다. 나는 걸핏하면,
“김형! 그 김형이 쓰신 모자는 모자가 아닙니다.”
“김형!(이 김형이라는 호칭인즉은 이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거 어떡하시는 말씀입니까?”
“거 벙거지, 벙거지지요.”
“벙거지! 벙거지! 옳습니다.”
태원도 회남도 유정의 모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다. 벙거지라고밖에! 엔간해서 술이 잘 안 취하는데 취하기만 하면 딴사람이 되고 만다. 그것은 무엇을 보고 아느냐 하면…….
보통으로 주먹을 쥐고 쓱 둘째 손가락만 쪽 펴면 사람 가리키는 신호가 되는데 이래 가지고는 그 벙거지 차양 밑을 우벼파면서 나사못 박는 흥내를 내는 것이다. 하릴없이 젖먹이 곤지곤지 형용에 틀림없다.
창문사에서 내가 집무랍시고 하는 중에 떠억 나를 찾아온다. 와서는 내 집무 책상 앞에 마주 앉는다. 앉아서는 바위 덩어리처럼 말이 없다. 낸들 또 무슨 그리 신통한 이야기가 있으리요. 그저 서로 벙벙히 앉았는 동안에 나는 나대로 교정 등속 일을 한다. 가지가지 부호를 써서 내가 교정을 보고 있노라면 그는 불쑥,
“김형! 거 지금 그 표는 어떡하라는 표구요?”
이런다. 그럼 나는 기가 막혀서,
“이거요, 글자가 곤두섰으니 바루 놓으란 표지요.”
하고 나서는 또 그만이다. 이렇게 평소의 유정은 뚱보다. 이런 양반이 그 곤지곤지만 시작되면 통성(通姓) 다시 해야 한다.
그날 나도 초저녁에 술을 좀 먹고 곤해서 한참 자는데 별안간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 1시나 가까웠는데…… 하고 눈을 비비고 나가 보니까 유정이 B군과 S군과 작반(作伴)해 와서 이 야단이 아닌가. 유정은 연해 성히 곤지곤지 중이다. 나는 일견에 ‘익키! 이건 곤지곤지구나’ 하고 내심 벌써 각오한 바가 있자니까 나가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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