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 단편소설선 08 메밀꽃 필 무렵
<메밀꽃 필 무렵>
1936년 <<조광(朝光)>> 10월호에 발표된 1930년대 단편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원제는 <모밀꽃 필 무렵>이었다. 작자는 <돈(豚)>을 발표한 1933년을 기점으로 과거의 사회의식적 소설을 지양하고 한국적인 자연의 아름다움을 배경으로 자연 속에 포함된 순박한 인간상을 주제로 그들의 애욕문제를 그리고 있다. 이러한 애욕의 문제, 즉 성(性)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라마틱하고 적나라하게 제시한 <분녀(粉女)>나 <산> <돈>에 비해 같은 문제의식을 제기한 작품이면서도 <메밀꽃 필 무렵>은 그 분위기를 달리하고 있다.
이 작품의 배경(즉 메밀꽃 핀 개울가)은 단순히 자연적인 정경에 그치는 배경이 아니다. 주체(主體)와 객체(客體)를 하나로 포함하고 있고, 인생의 인연, 그 매체(媒體)의 상징으로 형성되어 있다.
이 작품은 일생을 길 위에서 보내는 결코 행복하다 할 수 없는 한 인물을 설정하여, 자연과 동양적인 인연을 매개로, 한국적 허무주의의 밑바닥에 첫 정(情)을 맺은 여인이 살고 있는 제천으로 가고 싶어 하는 인간 본연의 애정에 짙은 향수를 느끼게 한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허생원은 장돌뱅이로 늙었다. 공보인데다가 재산마저 날려 장으로 돌아다녀야 했다. 허생원은 봉평장이 서던 날 허생원은 조선달을 따라 충주집으로 가게 된다. 그는 동이라는 애송이 장돌뱅이가 충주댁과 농짓거리하는 것에 화가 나서 뺨을 때려 쫓아버린다. 그리고 그날 밤 그들 셋은 달빛을 받으며 메밀꽃이 하얗게 핀 산길을 걸어간다.
허생원은 그의 일생에 단 한 번 있었던 연애 이야기를 털어 놓았다. 동이의 나이만큼이나 오래 전 달밤 허생원은 봉평장을 보고 잠을 자려했지만 더워서 잘 수가 없어 메밀꽃이 핀 개울가 물레방앗간으로 가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웬 처녀가 울고 있었다. 그날 밤 그곳에서 함께 밤을 지새우게 된 허생원은 그 일을 잊을 수가 없었다.
동이도 어머니 얘기를 했다. 동이는 아버지의 성도 얼굴도 모른다고 했다. 어머니는 누구의 자식인지도 모른 채 동이를 낳고 친정에서 쫓겨나 어떤 남자와 살았지만 지금은 헤어졌다는 것이었다.
늙은 허생원은 냇물을 건너다가 빠져 동이의 등에 업혀야 했다. 허생원은 대화장을 보고 제천으로 가자고 한다. 오랜만에 제천에 가보고 싶다며 동이보고도 동행을 할 거냐고 묻는다. 나귀가 걷기 시작할 때 채찍은 동이의 왼손에 들리어 있었다. 허생원이 왼손잡이이듯이 동이도 왼손잡이다. 지금껏 동행을 했는데도 허생원은 동이가 왼손잡이인 것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된 것이다.
갈래: 단편소설 순수소설
성격: 서정적 낭만적 전통적
경향: 낭만주의 자연주의
배경: 1920년대 강원도 봉평 장터에서 대화까지의 밤길
시점: 전지적 작가시점
주제: 떠돌이 삶의 애환과 인간 본연의 애정
저자 :
저자 :
이효석(李孝石, 1907.02.23~1942.05.25)
일제강점기 작가, 언론인, 수필가, 시인
호는 가산(可山)
강원 평창(平昌) 출생
1907년 2월 23일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창동리에서 일남삼녀 중 장남으로 출생
1914년 평창공립학교 입학
1920년 평창보통학교 졸업, 경성제일고보(현 경기고등학교)에 입학하여 톨스토이, 투르게네프, 체호프 등의 러시아 소설을 탐독하면서 1년 선배인 유진오와 교우관계를 가졌다.
1925년 매일신보 신춘문예에 시 <봄이> 선외가작(選外佳作)으로 뽑힘
1928년 경성제국대학(현 서울대학교) 재학 중 단편 <도시와 유령>(<<조선지광>>) 발표. 경향파의 동반작가로 활약
1929년 동반자작가로 활동하면서 <기우> 발표
1930년 경성제국대학 법문학부 영문학과 졸업. <노령근해(露嶺近海)> <상륙(上陸)> <북국사신(北國私信)> <깨뜨려지는 홍등> <마작철학> 등 발표
1931년 이경원과 결혼. 단편집 <<노령근해>>를 발표
1933년 구인회(九人會)에 가입하여 순수문학의 방향을 더욱 분명히 하였고, <돈> <수탉> 등을 발표
1934년 평양에 있는 숭실전문학교 교수로 취임 후, <산> <들> 등 자연과의 교감을 수필적인 필체로 묘사한 작품을 발표했다.
1935년 단편 <계절>, 중편 <성화> 발표
1936년 <모밀꽃 필 무렵> <인간산문> <분녀> <석류(?榴)> 등 발표
1937년 <성찬(聖餐)> <개살구> 등 발표
1938년 <장미 병들다> <<해바라기>> 등 발표
1939년 대동공업전문학교 교수로 취임하였으며, 장편 <<화분(花粉)>>, 단편 <향수> <황제> <여수(旅愁)> 등 발표
1940년 부인 이경원과 사별하였으며, 차녀 영주를 잃음. 장편 <<창공>>을 연재, 장편 <<벽공무한(碧空無限)>>을 집필
1941년 장편 <<벽공무한(碧空無限)>> <<산협>> 출간
1942년(36세) 5월 25일 뇌막염으로 사망(부친에 의해 평창군 진부면에 부인 이경원과 함께 안장되었다)
1943년 유고 단편 <만포>, <황제> 발표
***한국 단편문학의 전형적인 수작(秀作)이라고 할 수 있는 <메밀꽃 필 무렵>을 쓴 소설가. 장편 <<화분(花粉)>> 등을 계속 발표하여 성(性) 본능과 개방을 추구한 새로운 작품경향으로 주목을 끌기도 하였다. 대표적인 단편소설작가이다.
***이효석의 초기 작품은 경향문학(傾向文學)의 성격이 짙은 <노령근해(露嶺近海)> <상륙(上陸)> <북국사신(北國私信)> 등으로 대표된다. 생활이 비교적 안정되기 시작한 1932년경부터 초기의 경향문학적 요소를 탈피하고 그의 진면목이라고 할 수 있는 순수문학을 추구하게 된다. 그리하여 향토적 이국적 성적 모티프를 중심으로 한 특이한 작품세계를 시적 문체로 승화시킨 작품들을 잇달아 발표하기 시작하였다. 그 대표적인 작품으로 <오리온과 능금>(1932), <돈(豚)>(1933), <수탉>(1933) 등을 들 수 있다.
이효석은 프로문학의 전반적인 퇴조와 함께 1933년 이무영 유치진 정지용 이상 김기림 이태준 등과 순수문학을 표방한 구인회를 결성한 것을 계기로 새로운 작품세계를 추구한다. 즉 <돈(豚)>(1933)을 분수령으로 하여 그는 경향성을 버리고 자연을 배경으로 한 에로티시즘의 세계로 몰입하게 된다. 이와 같은 경향의 작품에는 <분녀> <산> <들> <메밀꽃 필 무렵> <석류> <화분> 등이 있다.
이효석에게 1936~1940년 무렵은 작품활동이 절정에 달하였을 때이다. 해마다 10여 편의 단편과 많은 산문을 발표하였으며, <<화분(花粉)>>(1939) <<벽공무한(碧空無限)>>(1940) 등의 장편도 이때 집필된 것이다. <모밀꽃 필 무렵>(1936) <석류>(1936) <성찬(聖餐)>(1937) <개살구>(1937) <장미 병들다>(1938) <해바라기>(1938) <황제>(1939) <여수(旅愁)>(1939) 같은 대표적 단편들이 거의 이 시기에 발표되었다.
학창시절부터 체호프(Chekhov. A)에 탐닉하기도 하고,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이효석은 이 같은 외국문학의 영향을 적절히 소화하여 자기 나름대로의 작품세계를 형성하는 데 성공한 작가다. 자연이나 인생을 바라보는 문학관은 싱그(Synge, J. M.)나 로렌스(Lawrence, D. H.) 등의 영향 받았으며, 표현이나 구성의 기법면에서는 체호프와 맨스필드(Mansfield, K.) 등의 영향을 받았다.
이효석의 작품세계의 특징을 살펴보면 한 마디로 향수의 문학이라 할 수 있다. 안으로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밖으로는 이국(異國), 특히 유럽에 대한 동경으로 나타나고 있다.
덧붙이자면 전자
메밀꽃 필 무렵
작품해설
지은이 이효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