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채호 단편소설선 02 용과 용의 대격전
용과 용의 대격전
1928년에 쓰여진 단재 신채호의 무정부주의 사상을 잘 보여주는 단편소설이다. 우화 형태의 혁명소설로 자유연합사상(아나키즘)의 교본으로 알려져 있는 작품이다.
때는 무진년 1월 2일, "이 놈들! 정성을 내지 않고 행복을 찾는 놈들 죽어봐라!"
아가리를 벌리는 상제의 학정을 참다 못한 지국의 인민들이 일체의 공물헌납을 거절하며 하늘에 대항한다.
급기야 아사 직전에 이른 상제는 바가지라도 달라며 지상의 인민에게 사신을 미리 보낸다.
이때 들려오는 소리
"왔다 왔다. 드래곤이 왔다. 이제는 천국의 말일이다."
갑자기 구중천문 천궁 전체가 불타 오른다. 광풍과 맹풍을 못견딘 상제가 어디론가 사라졌다. 상제가 행방불명된 것이다. 마지막 신하 천사가 찾아나섰다. 예루살렘에서 만난 사도바울에게 물었더니
"이놈, 미친 놈 지금에도 상제를 찾는 미친 놈아"
뺨을 세계 얻어 맞고 쫓겨나 서쪽으로 가다가 점상을 차린 노도사를 만나게 되어 물었더니
" 쥐구멍에 가서 상제를 찾으시오" 한다.
천사가 쥐잡기에 나선 민중들을 말린다.
"여보시오, 쥐를 잡지마소. 그 쥐는 하늘에서 도망온 상제요."
대답 없는 민중 사이로 들려오는 소리
"왔다 왔다. 드래곤이 왔다. 이제는 쥐의 말일이다."
***줄거리는, ① 미리님의 나리심, ② 천궁(天宮)의 태평연(太平宴) 반역에 대한 걱정, ③ 미리님이 안출한 민중진압책, ④ 부활할 수 없도록 참사한 예수, ⑤ 미리와 드래곤의 동생이성(同生異性), ⑥ 지국의 건설과 천국의 공황, ⑦ 미리의 출전과 상제(上帝)의 우려, ⑧ 천궁의 대전 상제의 비거(飛去), ⑨ 천사의 행걸(行乞), ⑩ 도사(道士)의 신점(神占) 등 10대목으로 펼쳐진다.
동양의 용 미리와 서양의 용 드래곤이 등장하여 격투를 벌이는데, 미리가 끊임없이 민중을 억누르는 압제자인 데 반하여 그래곤은 지상의 민중혁명을 구현하여 나간다.
이들은 단순히 동서양을 대변하는 주역에 그치지 않고, 천상국(天上國)과 지상국(地上國)의 상징으로 민중적 자아의 실현은 드래곤의 통쾌한 승리를 통하여 달성된다는 줄거리로 되어 있다.
천상국의 참혹한 파멸로 세상의 종교는 모두 박멸되는 한편, 일체의 지배와 압제를 없애버린 상태에서 이상세계(理想世界)가 전개된다. 지배층의 선봉 미리의 몰락과 민중의 선봉 드래곤의 득세는 일제식민통치의 종언에 따른 민족혁명 내지 세계 민중혁명의 개가를 뜻하게 된다.
일체의 지배체제는 완전소멸하고, 전 지구상에 속박이 없는 안락국(安樂國)이 세워짐으로써 문명비판적 미래소설의 몫도 해내기에 이른다.
***무정부주의자 동방연맹대회(東邦聯盟大會) 때 신채호가 작성한 ‘선언문’의 취지 연장선 위에서 비상한 민중혁명문학의 구체적 추구로 그 선구성이 입증되는 환상소설이라 할 만하다.
***단재 신채호는 이 소설의 모티브를 천개어자(天開於子)에 두고 있다. 천개어자란 자시(時)에 하늘이 열린다는 것인데 서쪽 노도사의 입을 통해 천개어자를 천폐어자(天閉於子)로 바꾸어 버렸다.
"건괘초효(乾卦初爻)의 子가 둔괘초효(遯卦初爻)의 辰으로 변하고 辰이 회두(回頭)하여 子를 克하였다. 辰은 龍이요 子는 쥐니 상제가 용의 亂에 쥐구멍으로 도망갔다."는 것이다.
오행점(五行占), 六爻, 64卦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대목이다.
다만 乾은 하늘 건이요 遯은 달아날 둔이다.
자시에 하늘이 닫히는 것으로 풀이하였다.
壬辰年도 어차피 각자의 해석으로 엮어져 나갈 것인바 [용과 용의 대격전] 역시 동일시각으로 판단하면 그만일 것이다.
신채호(申采浩, 1880.12.08~1936.02.21)
독립운동가이자 사회주의적 아나키스트, 사학자이다.
구한말부터 언론계몽운동을 하다 망명,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참여하였으나 견해 차이로 임정을 탈퇴, 국민대표자회의 소집과 무정부주의 단체에 가담하여 활동했으며 사서 연구에 몰두하기도 했다.
본관은 고령, 호는 단재(丹齋)·일편단생(一片丹生)·단생(丹生)이다.
필명은 금협산인·무애생·열혈생·한놈·검심·적심·연시몽인 등이 있고, 유맹원·박철·옥조숭·윤인원 등을 가명으로 사용하였다.
***신채호는 논설, 시, 소설 등에서 역사가 애국심의 원천이라고 주장했고, 애국심을 키우기 위해서는 역사의식을 고취시킴으로써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을지문덕 최영 이순신 등 3대 영웅전을 썼고, 무력의 중요성을 주장했고, 영웅이 나와서 이 나라를 구하는 데 적극적인 도움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채호는 묘청의 난을 ‘조선역사상 일천년래제일대사건(一天年來日大事件)’이라고 주장했다. 김부식의 사대적이고 중국 의존적 사관으로 인해 조선역사상에서 만주벌판이 역사상에서 사라지게 되었다고 보았으며, 묘청을 자주적이고 진취적인 정신을 가진 정치가이자 승려로 생각했다. 또한 묘청의 난을 진압한 후 김부식이 편찬한 『삼국사기』를 사대주의로 점철된 역사서로 강렬하게 비판하기도 하였다.
***신채호는 각 독립, 계몽운동에 대한 평을 남겼다. 갑신정변은 특수세력이 특수세력과 싸운 궁궐 내의 일시적 활극이며, 의병운동은 충군애국의 대의로 일어난 독서계급의 사상과 운동이며, 민중적 각성이 없어서 실패한 것이라고 비판하였다.
***신채호는 안중근 열사의 폭력적 행동은 열렬했지만, 그 후면에 민중적 역량의 기초가 없었다며 비판하였다. 3.1운동은 민중적 일치의 의기가 보였지만 폭력적 중심을 갖지 못했다고 비판하였다.
***무정부정의자(아나키스트)로 동방 아나키스트 연맹에 참여하였다. 또한 독립을 위해서는 ‘철저한 비타협적 투쟁과 민중 중심으로 민중을 혁명의 본영’으로 규정하고 테러와 폭력을 인정하였다. 말년에는 무정부주의자로 활동하였다.
***이 책에 실린 『꿈하늘』, 『용과 용의 대격전』과 같은 환상적 기법의 우화소설을 발표하기도 했다. 소설에는 주로 항일사상을 고취시키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경우가 많다.
***2008년 정부는 신채호를 비롯한 무국적 독립운동가들도 가족관계등록부에 등재될 수 있도록 하는 관련 법률을 개정하여 서울가정법원은 18일 “국가보훈처의 가족관계등록창설 허가 신청을 받아들여 신채호 선생 등 60여 명의 독립 유공자에 대한 가족관계등록부 창설을 허가했다”고 밝혔다.
용과 용의 대격전
작품설명
지은이 신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