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사랑할 수밖에 2권
떠나야함을 알지만, 보내야함을 알지만, 되돌아오지 않을 것임을 알지만.
그럼에도,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죽음의 예지몽을 꾸는 여자, 공아랑
죽음을 꿨다. 그리고 마지막 소원이라는 이름으로 꿈에 그리던 죽어서도 잊지 못할 마지막 사랑을 시작했다. 그런데 그가 아무것도 믿지 못한다. 그녀의 사랑도, 그녀의 죽음도. 그리고 힘들어하는 그녀 앞에 또 다른 그가 나타났다. 그와 달리 모든 걸 믿어버리는 바보 같은 남자가.
모든 걸 너무 쉽게 믿어버린 남자, 연우진
곧 죽는다고 말하는 여자의 말을 너무나도 아무렇지 않게 믿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마지막 친구가 되기를 자처했다. 그러나 그건 섣불렀던 선택. 어느새 그의 심장이 곧 죽는다고 말하는 그녀를 향해 뛰고 있었다.
떠나야하는 사랑을 믿지 못하는 남자, 윤승욱
사랑인 줄 몰랐으나, 그게 사랑이었다. 그런데 그 사랑을 시작했을 땐, 마음껏 사랑할 시간이 없었다. 뒤늦은 사랑에게 되돌아 온 건, 사랑하는 이의 믿지 못할 이야기들뿐이었다. 그런데 믿지 못한, 그게 잘못이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깨달았을 때에는 이미 너무 늦어 버렸다.
* * *
“안 돼!”
잠들지 않았던 것일까. 도저히 잠꼬대라 볼 수 없는 너무나도 정확하고 커다란 음성. 방 안에 일순 정적이 찾아왔다.
그리고 그와 함께 절규 같은 큰소리를 외쳤던 인영에게는 더없는 편안함이 찾아왔다. 더없이 편안해 보이는 인영의 얼굴에서는 더 이상의 일그러짐 같은 건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고른 숨소리로 편안한 듯 잠들어 있던 인영.
얼마 지나지 않아 인영의 자그마한 입술이 다시 한 번 열렸다. 앞선 것과 달리 이번에는 들릴 듯 말 듯 한 아주 작은 음성이었다. 입술만 움직이는 듯해 무슨 말인지 도저히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조금은 긴 듯한 입술의 움직임의 끝은 “……해요.”였다.
다른 이들은 무엇인지 알아들을 수 없을 말이 끝나자, 그제야 두 눈을 가리고 있던 인영의 눈꺼풀이 서서히 들어 올려졌다. 꿈과 현실을 구분하려는 것인지, 인영은 몇 차례 아주 느릿한 동작으로 왠지 무거워 보이는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했다.
하나의 의식 같이 경건하기까지 한 그 동작. 그 동작이 끝나자 느릿하게 돌려진 고개로 인영의 멍한 눈이 어둠 속 어느 한 곳을 향했다. 아무리 달빛이 있다 하나, 초점 없는 눈동자에 들어오는 것은 분간할 수 없는 어둠뿐일 테지만, 인영은 그 후로 한참을 그 어딘가를 쳐다보고만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궁극의 깨달음이라도 얻은 불자(佛子)인 양 감탄 같기도 하고 탄식 같기도 한 한 마디가 인영의 입에서 흘러 나왔다.
“……나야.”
4월의 어느 날 밤, 그렇게 침대 위의 인영, 아랑은 이생에서의 마지막 죽음의 예지몽을 꾸었다.
저자 : 엘리즈
끌림, 글을 쓰는 이유.
* 출간작
『메모리 커팅』
『로맨스에 대처하는 네 남자의 자세』
『마녀사냥』
『그녀들의 집사-사랑을 켜다』
『용은 어떻게 여의주를 품었을까』
『예뻐, 예뻐』
『그럼에도, 사랑할 수밖에』
4장 잊지 말았어야 했다. 슬픈 사랑(悲愛)
5장 엉키는 운명의 실타래. 혼돈에 빠진 사랑(混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