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 때 시
시에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
희망의 에세이스트 로저 하우스덴이
아픈 세상을 걷는 사람들을 향해 전하는 10편의 시
이유 모를 걱정 때문에 밤새도록 몸을 뒤척이는 사람들이 있다. 마음속 깊은 곳에 뿌리내린 개인의, 혹은 사회의 아픔은 무엇으로 치유되는가. 로저 하우스덴은 여기에 ‘시’라는 처방전을 건넨다. 인류가 지금껏 시를 통해 감정을 공유하고 서로 공감해왔듯, 로저 하우스덴은 10편의 시를 통해 우리의 아픔과 불안을 겨냥하고 부드럽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비록 지금의 인간 세상이 완벽하지는 않아도 여전히 아름다운 곳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고요한 밤중에 우리의 마음을 괴롭게 하는 건 새로이 맞이할 환한 아침이 아니다. 커다란 천으로 덮어놓은 채 잊어버리고만 싶은 불편한 진실들이다. 로저 하우스덴은 첫 번째로 소개하는 시를 통해 세상이 완벽하지 않은 곳임을 인정하고 시작한다. 매기 스미스 시인의 〈우리 아이들에게 말하지 말라〉에는 그런 불편한 진실들이 담겨있다.
많은 새들 중에는 던진 돌에 맞는 새도 한 마리 있을 것이고,
많은 사랑받는 아이들 중에는 부서지고, 자루에 담겨,
호수에 버려지는 아이도 있는 법. 인생은 짧다, 그리고 세상은
적어도 절반은 끔찍하다, 그리고 많은 낯선 사람들 중에는,
당신을 부수고 넘어뜨리려는 이도 하나쯤 있을 것이다. _본문 21쪽 중에서
매기 스미스는 이렇듯 끔찍한 현실을 솔직하게 털어놓지만 아이들에게만큼은 이를 비밀로 하겠다고 말한다. 노련한 부동산 중개인처럼, “이곳은 보기보다 훨씬 멋진 곳이랍니다. 그렇죠? 당신이라면 이곳을 멋지게 만드실 수 있어요.”라고 세상을 영업하겠다 말한다. 왜 그녀는 이 사실을 그녀의 아이들에게 비밀로 하려는 걸까? 아마도 그녀 자신이 깨닫고 믿는 것을 그녀의 아이들도 믿길 바라기 때문일 것이다. 즉,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살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운명에 순복한다고 해서 슬픔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었다.
슬픔, 그것은 그저 내게 주어진 인생의 본모습 중 하나였다.
역설적이게도 이 시들이 훑고 지나간 자리에는 희망이 남아 반짝거린다. 로저 하우스덴이 감정을 달래기 위해 권하는 방법은 외면이 아닌 직시이기 때문이다. 감정이라는 양날의 검은 잔혹하면서도 아름답다. 그렇다고 해서 그걸 피하기 위해 내뺄 필요는 없다. 우리가 해야 할 행동은 가만히 서서 불안의 소용돌이를 응시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우리는 어딘가에 남아 있는 작은 행복의 파편들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변론답변서〉에서 잭 길버트가 기쁨을 변론하기 위해 말하는 주요 논점은 이것이다. ‘재판관님, 우린 유죄가 아닙니다.’ 우리 모두는 세상이 얼마나 심각하게 엉망진창인지 매일매일 듣고 있다. 세상은 언제나 그래왔고,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들려오는 사람과 나라의 이름만 바뀔 뿐, 뉴스는 언제나 같은 내용이다. “어디에도 슬픔. 어디에도 죽음.” 길버트가 굳이 상기 시켜주지 않아도 될 정도이다._본문 144쪽 중에서
세상이 이렇게 괴로운 와중에도 기쁨과 즐거움을 느껴도 될까? 로저 하우스덴이 여덟 번째로 소개하는 시, 잭 길버트의 〈변론답변서〉는 슬픔과 괴로움, 절망과 죽음 속에서도 즐거움을 느낄 자유를 변론한다. 슬픔과 죽음이 도사리는 무자비한 용광로 속애서도 기쁨을 수락하려는 고집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슬픔과 불안 아픔을 직면하듯 기쁨과 행복, 사랑 또한 외면해선 안 되는 것이다.
빛이 어떻게 오는지
당신에게 말해줄 수는 없다
그러나 빛은 오고 있다
언제나 그럴 것이다
지구 반대편에서 험난한 세상을 걱정하며 쓰인 시가 어떻게 우리의 마음을 건드릴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시인 제인 허쉬필드는 이렇게 말했다. “그 시가 뉴잉글랜드 초월주의자들의 것인지, 혹은 북극의 에스키모들로부터 왔는지, 누가 썼는가는 중요치 않다. 나는 내가 읽은 모든 시를 통해 인생을 아는 지혜가 깊어지는 것을 경험했다.”
시인이 세계의 어떠한 위협 때문에 걱정, 위로 혹은 사랑이 담김 이 시들을 써내려갔는지 로저 하우스덴은 그 배경을 상세히 설명한다. 그리고 열 명의 시인과 각 시들의 배경을 듣다보면 어느 순간, 세상 어느 곳도 완벽하지 않고 어떤 인간도 완전하지 못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로저 하우스덴은 이렇게 불완전한 세상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야만 하는 사람들을 위해 이 시들을 엮었다.
저자 : 로저 하우스덴
시에는 사람과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고 믿는 희망의 에세이스트. 영국 바스에서 태어나 〈가디언〉지의 칼럼니스트, BBC의 인터뷰 기자를 거쳐 이제는 23권의 책을 출간하며 작가로 활동 중이다. 현재는 캘리포니아주 마린 카운티에 거주하면서 전 세계를 다니며 글을 가르친다.
그의 저서들은 〈뉴욕 타임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오프라 매거진〉 등 많은 간행물들을 통해 주목을 받았으며, 《서른, 시에서 길을 만나다: 내 삶을 바꾼 열 편의 시》, 《오아시스》, 《언제나 내 앞에 있었지만 보지 못했던 것들》과 같은 문학에세이들 또한 국내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또 다른 저서로는 《즐기고 계신가요?》, 《아등바등 살지 않는 기술》 등이 있다.
역자 : 문형진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주립 대학교에서 연주학과 실용음악을, 노스텍사스 대학교에서 연주학과 서양종교학을 공부했다. 미국에서 11년간 거주하며 플린트, 이스트랜싱, 달라스 지역의 한국학교에서 강사 및 통번역가로 활동하였으며 현재는 숭의여자대학교 공연예술학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머리말_6
1장 우리 아이들에게 말하지 말라
_매기 스미스 〈좋은 뼈대〉
2장 이것을 기억하라
_엘렌 배스 〈내 말은 말야〉
3장 심금
_콘래드 에이킨 〈말다툼 〉
4장 소리에 귀 기울이기
_윌리엄 스태포드 〈자유로움〉
5장 본연의 놀라움
_W. S. 머윈 〈반짝이는 빗방울〉
6장 어둠 속의 빛
_잔 리처드슨 〈빛이 오는 방법〉
7장 ‘다른 이’는 없습니다
_웬델 베리 〈이제 최악을 알게 되었으니〉
8장 기쁨을 위한 변론
_잭 길버트 〈변론답변서〉
9장 어쨌든, 사람이란 무엇인가?
_나짐 히크메트 〈이쪽 길입니다〉
10장 다른 무엇이 말합니다
_마리 하우 〈수태고지〉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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