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끼 3 (완결)
“서방님, 다 와갑니다. 저깁니다.”
설희는 눈을 가늘게 뜨고 전방을 주시했다. 그녀의 눈에도 희미하게 가마가 눈에 들어왔다.
“어여 가자꾸나.”
설희는 발걸음을 힘차게 내디디며 말했다.
“예, 서방님.”
“한데 왜 내 가슴이 이리 두근거리는 것이냐?”
“그거야 서방님이 걸친 옷만 사내니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그렇구나. 네 말이 맞다. 내 걸친 옷만 사내구나.”
단금의 말이 맞는 듯했다. 껍데기만 사내였다. 안은 조물주가 빚은 여인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사내의 옷 정도로는 그걸 억누를 수가 없었다. 그걸 생각하니 마음 한구석이 아렸다.
“뉘시오?”
덕구의 목소리가 퉁명스럽게 나갔다.
“지나가는 객인데, 좀 머물다 갔으면 하오.”
설희가 목소리에 힘을 주며 말했다. 퉁명스러움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 정갈한 목소리였다. 밖에서 들려오는 말에 그는 화들짝 놀라 문을 열어 젖혔다. 사내 둘이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들어오시우!”
그는 얼굴을 찡그리며 마지못해 몸을 피해 공간을 내주었다. 설희와 단금이는 얼른 방안으로 몸을 들이밀었다. 방은 넓지 않았다. 눈에 띄는 물건도 별로 없었다. 단출했다. 어둠속에서 덕구의 벗은 상체가 희미하게 보였다. 그녀는 얼른 눈길을 피했다. 오는 내내 사내처럼 굴었음에도 여인의 마음은 다 내려놓을 수 없었다. 아니, 그녀의 생각으로는 절대 내려놓을 수 없는 그녀의 운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