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신생 출판사 창작과 담론의 두 번째 종합문예지 <불시착.> 2호 문학과 문학이 존재하는 지면(紙面), 두 가지에 관해 한국 출판 업계는 모두 충실해야 한다. 문학이 업인 작가들은 문학에 충실해야 하고 출판인은 그 문학을 활자로 살려내면 충분하다는 출판인의 구분은 시대착오적이다. 몰려드는 외국문학의 물결과 새로운 학국 문학의 부재는 문학인들과 출판인들이 모두 힘을 합쳐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다. 즉 풍부한 문학과 그 풍부한 문학이 활자화되는 지면이 모두 중요한 것이다. 출판사 창작과 담론은 출판인과 문학인의 구분이 없는 출판사이다. 자본주의가 정점에 달하면서 개별 예술 작품이 작가의 손을 떠나 독자에 이르기까지의 많은 과정 역시 분업화 되었고 그에 따라 예술 작품 역시 교환가치와 시장경제의 여러 지표들을 피해갈 수 없는 안타까움을 가지고 있다. 창작과 담론은 바로 그 지점에 관한 고민과 한국 문학을 지키기 위한 참신한 생각들에서 출발한 출판사이다. 이 출판사의 모든 출판인은 칼럼리스트이자 소설가이자 시인이며 모든 문학인들은 역시 출판업에 전문성을 가졌다. 이런 양상이 한국 출판계의 지형을 바꾸어 나가는 중요한 척도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개별 문학인의 작품은 출판인들의 마케팅이나 문단 권력의 산물이자 희생품이 되어 그 가치에 훼손이 있어서는 안 된다. 창작과 담론은 그들의 작품을 직접 쓰고 직접 출판한다는 점에서 한국 문학사의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창작과 담론의 종합 문예지 <불시착.> 시리즈는 한국 문학과 사회에 있어 최전선의 고민들에 최전선의 사유로 답하고자 노력하는 출판인들이자 문학인들의 정신적 응결을 담는다. 15년 4월의 창간호의 열렬한 지지와 응원에 이어 15년 10월 새로운 고민과 새로운 사유로 2호를 낸 이들의 문학 작품들과 비평을 눈여겨 보자. 이번 2호는 1호와 달리 자본주의의 교환가치와 상품화라는 광범위한 주제로부터 지금 이 순간, 포스트모던 시대의 예술과 사회에 관한 사회비평이 담겼다. 최인호 칼럼리스트는 대사유가들(리오타르, 보드리야르)의 논점이 과연 한국 사회를 얼마나 제대로 짚을 수 있는지 살핀다. 또한 이번 호에는 대학 권력과 제도권 교육 밖에서 치열한 사유로 주목받은 고병권 인터뷰를 담았다. 고병권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 지속되었고 최근에 존속했던 수유너머R이라는 비제도권 사유와 담론의 장을 개척한 인물이자 철학자이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라는질문을 담아 만든 고병권과의 철학적 사회학적 대담은 포스트모던 시대에 놓인 우리에게 깊은 의미의 장을 열어준다. 그 외에 새롭고 재기 발랄한 직관적 세계들로부터 예술혼을 담은 소설들과 콩트들을 볼 수 있다. 서사 문학에 있어 \'유머\'와 \'존재론적 고민\'을 잃지 않는 균형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들의 작품들은 가벼움에 편중된 현대문학 작품들 틈에서 빛을 발한다. 또한 일상에 깊이를 더해줄 시와 철학 에세이도 담겨 있다. 철학 에세이는 고전 철학에 놓인 사유의 유목이라는 모티프로부터 생각하는 인간이라는 존재에 관해 단편적이고 신선한 목소리를 담아냈다.- 창작과 담론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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