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로제타 홀 (양장) - 조선에 하나님의 빛을 들고 나타난 여성
“치유하고, 가르치고, 전도하라!”
125년 전, 로제타가 이 땅에 뿌린 하나님의 사랑이 오늘 우리들의 가슴속에 피어난다
1890년 10월 13일, 큰 키에 푸른 눈을 가진 여성이 제물포항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녀의 이름은 로제타 셔우드 홀. 평양에서 의료 선교를 펼쳤던 윌리엄 홀의 아내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크리스마스실을 발행한 셔우드 홀의 어머니다. 뉴욕에서 조선까지 오는 데 두 달이나 걸렸지만, 그녀의 발걸음은 하나님이 주신 사명에 한 걸음 다가섰다는 생각으로 한없이 가벼웠다.
이 책은 스물 다섯 어린 나이에 조선을 찾아 43년 동안 의료 선교를 펼친 로제타의 인생과 사랑, 그리고 그녀가 평생을 믿고 따랐던 하나님의 길을 소개한다. 그녀는 동대문 볼드윈 진료소와 평양 기홀병원을 설립하는 등 수많은 생명을 구했을 뿐만 아니라, 직접 학교를 세워 가정과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여성들을 교육했다. 그녀가 키운 근대 여성으로는 우리나라 최초의 양의사인 박에스더, 진명여고를 세운 여메례, 우리나라 최초의 정식 간호원인 이그레이스 등이 있다.
그러나 그녀가 이방인의 땅에서 하나님의 사명을 완수하는 데에는 적잖은 희생이 따랐다. 자신을 따라 조선까지 건너온 남편을 질병으로 잃었으며, 몇 년 뒤에는 딸마저 하나님의 품으로 보냈다. 그때의 상황과 심정을 직접 기록한 그녀의 일기를 읽다 보면 누구나 그 숭고한 희생 정신에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다. 지금껏 공개되지 않았던 풍부한 사진 자료는 그 감동을 더 깊이 있게 만들어준다. 로제타가 하나님의 빛을 들고 조선을 찾은 지 벌써 125년이 지났다. 이제 그녀가 이 땅에 뿌리고 간 하나님의 사랑을 우리가 거두어야 할 때다.
스물다섯 살, 나는 하나님의 목소리를 들었다!
“네가 진정 인류를 위해 봉사하려거든
아무도 가려 하지 않는 곳에서 아무도 하려 하지 않는 일을 하라!”
로제타 셔우드 홀은 우리나라 근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1세대 선교사다. 125년 전, 조선을 찾은 그녀는 병원을 지어 사람들을 치료하고, 직접 학교를 지어 버림 받은 여성과 아이들을 교육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녀가 의료 선교사의 삶을 살고자 했던 것은 아니다. 부족할 게 없는 평화로운 가정에서 태어난 로제타는 사범학교를 졸업한 뒤 자신이 바라던 대로 선생이 되었다. 로제타의 일생에 중대한 변화가 찾아온 건 1885년 어느 봄날의 일이었다.
교회에서 챈들러 부인의 연설을 들은 로제타는 가슴에 뜨거운 불씨가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챈들러 부인은 인도에서 활발하게 의료 선교 활동을 펼치던 여성으로, 그녀가 보여준 의료 선교사로서의 숭고한 삶은 로제타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다. 그렇게 로제타는 교육자로서의 삶을 접고 의료 선교사로서의 삶으로 뛰어들었다. 그때 그녀의 나이 고작 스무 살이었다.
그로부터 5년 뒤, 로제타는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배에 올랐다. 사랑하는 가족과 연인 윌리엄 홀을 두고 오직 하나님의 말씀을 좇기 위해 지구 반대편의 낯선 땅으로 향했다. 그녀는 그때의 심정을 일기에 이렇게 기록했다.
“인생의 새로운 단계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나는 이제 집과 사랑하는 이들, 그리고 그동안의 모든 관계들에서 멀어져 머나먼 이방인들의 나라로 간다. 하지만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우리를 도움이 되는 길로 인도하실 것임을 믿기 때문에 감사한다.”
구한말 조선에 하나님의 빛을 들고 나타난 여성 선교사
로제타가 키운 최초의 양의사 박에스더와 교육자 여메례,
메마른 조선 땅에 생명의 숨을 불어넣고, 지식의 축복을 내리다!
조선에 도착한 로제타는 메리 스크랜턴 여사가 세운 보구여관에서 근무하며 여성과 아이 환자들을 진료했다. 동시에 이화학당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며 여성 의사를 배출하기 위해 무진 노력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양의사인 박에스더(김점동)는 로제타가 직접 유학까지 보내며 키운 자랑스러운 근대 여성이다. 이 밖에도 로제타는 과부였던 여메례를 여성 교육가로, 주인에게 버림받았던 여종 복업이를 우리나라 최초의 여자 간호사인 이그레이스로 만들었다.
조선에서의 선교가 늘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로제타가 조선에 오고 1년 뒤, 연인 윌리엄 홀이 그녀를 따라 조선으로 왔다. 이미 오래 전에 사랑을 확인한 두 사람은 곧 결혼식을 올렸고, 아들 셔우드와 딸 이디스를 낳았다. 하지만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평양에서 의료 선교를 펼치던 윌리엄 홀이 병에 걸려 목숨을 잃고 만 것이다. 몇 년 뒤에는 딸 이디스마저 아버지를 따라 하늘나라로 떠나고 말았다.
이 책에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 보내는 로제타의 슬픔이 매우 솔직하게 기록되어 있다. 그녀는 자신을 조선으로 이끈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왜 자신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는지 묻고 또 물었다.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신경 쇠약이라는 병에 걸려 미국으로 요양을 떠나기도 했다. 하지만 끝내 그녀는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다시 조선으로 돌아와 더 큰 하나님의 사랑을 퍼뜨렸다.
가난하고 버림받은 영혼들의 영원한 어머니, 마더 로제타 홀
대한민국 사람 중 로제타가 베푼 하나님의 사랑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로제타가 이 땅에 세운 업적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녀가 가난한 백성들을 위해 동대문에 세운 볼드윈 진료소는 오늘날 이화여대 부속병원으로 발전했다. 남편 윌리엄 홀을 기리기 위해 설립한 기홀병원은 평양연합기독병원으로 확장되었으며, 여성 의료인을 배출하기 위해 세운 경성여자의학강습소는 오늘날의 고려대 의과대학으로 자리잡았다.
일찍이 사범 학교를 다니며 교육의 중요성을 깨달았던 로제타는 교육 분야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평양 여성들을 치료하기 위해 세운 광혜여원 옆에 우리나라 최초의 맹아 학교를 설립한 그녀는 직접 점자책을 만들어 맹인 소녀들을 교육했다. 맹아 학교가 자리를 잡은 뒤에는 농아 학교를 세워서 우리나라 특수교육의 기반을 닦았다.
로제타가 이 땅에 뿌린 씨앗을 싹트게 한 사람은 바로 그녀의 아들 셔우드다. 그는 캐나다에서 공부를 마치고 돌아온 뒤 결핵 환자들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해주 구세병원을 세워 결핵 근절에 앞장섰다. 우리나라에서 크리스마스실을 최초로 발행한 사람도 셔우드다.
스물다섯 어린 나이에 조선을 찾았던 로제타는 43년 동안 의료 선교를 펼친 뒤 미국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4월 5일, 평생 사랑했던 한국이 전쟁의 불길에 휩싸인 모습을 가슴 아프게 바라보다가 숨을 거두었다. 마지막까지 한국을 사랑했던 푸른 눈의 선교사, 닥터 로제타 홀. 이제 우리가 그녀를 영원히 가슴속에 기억해야 할 시간이다.
1963년 전북 정읍 출생. 서울대학교 소비자아동학과를 졸업하고 뉴욕주립대 코틀랜드 대학원에서 역사학을 공부했다. 어린 시절, 여성으로 태어난 것을 억울하게 여겼던 외할머니를 바라보며 자연스럽게 여성 의식을 싹틔웠다. 서당 훈장의 딸이었던 외할머니가 문맹이라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었던 그녀는 초등학교를 다니며 외할머니에게 한글을 가르쳤고, 할머니를 문맹에서 벗어나게 한 일이 아직도 일생에서 가장 잘한 일이라고 믿는다. 환갑을 넘어서야 한글을 읽게 된 외할머니는 교회를 다니며 성경을 읽을 수 있음을 항상 기뻐하셨다.
두 딸의 엄마로서 딸들이 본보기로 삼을 만한 우리나라 근대 여성들을 탐구하던 중, 그들의 삶에 서양에서 건너온 여성 선교사들이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 중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양의를 키우고, 점자를 개발하고, 특수교육을 시작한 로제타 셔우드 홀을 발견했다. 2012년 가을부터 이듬해 겨울까지 필라델피아 근처 퀘이커 영성학교 펜들 힐에 머물며 로제타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했다. 이 책은 저자가 직접 로제타의 선교 일기를 번역하고 재구성한 살아 있는 역사서이자 평전이다.
저서로는 『티타늄 다리의 천사 애덤 킹』, 『외할매 만세』, 『여성 인물 이야기』 5권, 『나는 당당하게 살리라』, 『도서관 할머니, 책 읽어 주세요』 등이 있으며, 현재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교회사를 공부하고 있다.
저자 이메일: parkjunghee@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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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 로제타 셔우드 홀의 생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