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치와 소새와 개미와, 이상한 선생님, 두 순정(純情)
▸고전은 왜 읽어야 하는가◂학과 공부에 시달려서인지 요즘 학생들은 도무지 책을 읽지 않는다. 성인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2013년 문체부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학생의 연평균 독서량은 32.3권이고, 성인의 연평균 독서량은 9.2권이다. 통계만 보자면 참담할 정도다. 우리의 독서 현실이 이렇다 보니 문학, 특히 고전의 효용성이 지금도 지속되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문학의 종언을 고한 바도 있었다. 고전은 오랜 세월이 흘러도 그 가치가 사라지지 않고 널리 인정받은 걸작들을 말한다. 고전은 개인에게서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사라지게 하고 삶을 구제해 주는 역할을 했다. 고전을 읽음으로써 삶의 의미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하게 되고, 올바른 가치관을 수립하는 데서도 큰 도움을 얻게 된다. 그래서 고전이란 보편성의 다른 이름과 마찬가지이고, 늘 새로울 수밖에 없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우리에게는 고전을 후손들에게 전해야 할 의무가 있는 셈이다. ▸수록 작품들 소개◂〈왕치와 소새와 개미와〉는 동물을 의인화한 우화소설이다. 머리가 벗어진 왕치, 주둥이가 나온 소새, 허리가 잘록한 개미가 등장해서 자신들이 왜 이렇게 변했는지 보여준다. 이 작품은 여러 유형의 인간을 풍자하고 있다.〈이상한 선생님〉에는 일제 강점기 시절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친 박 선생님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그는 일제의 앞잡이 노릇을 충실하게 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해방이 되자 재빨리 미국 편에 붙어서 미국을 찬양한다. 시대에 변화에 맞추어 재빨리 변신을 하는 추악한 인물을 풍자한 작품이다.〈두 순정(純情)〉은 열두 살 꼬마 신랑과 그보다 아홉 살이나 많은 신부의 슬픈 사연을 그린 작품이다. 오랜만에 친정집으로 돌아간 신부를 꼬마 신랑이 떼를 써서 집으로 데려가려 한다. 신부는 할 수 없이 꼬마 신랑을 업고 눈보라가 몰아치는 산길을 떠난다. 왜 두 ‘순정’인지, 가슴이 아리다.▸책 속으로◂왕치는 대머리가 훌러덩 벗어지고, 소새는 주둥이가 뚜우 나오고, 개미는 허리가 잘록 부러졌다. 이 왕치의 대머리와 소새의 주둥이 나온 것과 개미의 허리 부러진 것과는 이만저만찮은 내력이 있다. -왕치와 소새와 개미와- 우리는 뼘박 박 선생님더러 미국에도 ‘덴노헤이까(천황 폐하)’ 있느냐고 물었다. 미국에도 덴노헤이까가 있지 않고서야, 우리 조선 사람을, 그렇게 일본의 덴노헤이까처럼 친아들과 같이 사랑하고, 우리 조선 사람들이 잘 살도록 근심을 하며, 온갖 물건을 가져다주고 할 이치가 없기 때문이었다. -이상한 선생님- 언제고 분홍 저고리에 갈매옥색 치마를 입고 해죽 웃는 얼굴에 예쁜 보조개가 옴폭하니 패는 색시가 눈에 밟혔다. 봉수는 이렇게 색시의 얼굴을 생각해 보는 것이 슬프면서 그게 기쁨이었다. 그러는 동안에 그의 나이 열셋, 열넷, 열일곱, 스물 더해 가고 사람도 자라 철이 들어갔다. -두 순정(純情)-
본관은 평강(平康). 호는 백릉(白菱)·채옹(采翁). 1902년 6월 17일 전북 옥구군 임피면 읍내리에서 채규섭(蔡奎燮)의 6남 3녀 중 다섯째 아들로 태어났다. 유년기에는 서당에서 한문을 수학했고, 임피보통학교를 졸업한 뒤 1922년 중앙고등보통학교를 졸업했다. 그해 일본에 건너가 와세다대학(早稱田大學) 부속 제일와세다고등학원에 입학했으나 1923년 중퇴했다. 그 뒤 《조선일보》·《동아일보》·《개벽》 등의 기자로 전전했다. 1936년 이후에는 직장을 가지지 않고 창작생활만을 했으며 1945년 임피로 낙향했다가 다음해 이리로 옮겨 1950년 그곳에서 폐결핵으로 죽었다. 1920년 은선흥(殷善興)과 혼인하여 두 아들을 두었고, 그 뒤 김씨영(金氏榮)과 동거하여 2남 1녀를 낳았다. 1924년 단편 「새길로」를 《조선문단》에 발표하여 문단에 데뷔한 뒤 290여 편에 이르는 장편·단편소설과 희곡·평론·수필을 썼다. 특히, 1930년대에 많은 작품을 발표했으며, 대표작이라고 할 만한 것들도 이 시기에 발표되었다. 장편으로는 「인형의 집을 나와서」·「탁류(濁流)」·「천하태평춘(天下太平春)」·「금金의 정열」·「여인전기」 등이 있으며, 단편으로 가장 잘 알려진 것은 「레디메이드 인생」·「치숙(痴叔)」·「패배자의 무덤」·「맹순사」·「미스터 방(方)」 등을 들 수 있다. 희곡으로는 「제향날」·「당랑(螳螂)의 전설」 등이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