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린천 서정
작은 이야기를 만들고
풀잎처럼 소박하게 살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는가를 알아내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크고 우람한 몸집보다
아주 조그만 들꽃을 찾아내는 것이
그렇게도 힘들었다는 것도
또 얼마가 지나서였다.
한발자국 내 앞을 볼 줄 안다는 것도
내가 앉아야 할 자리를 살피는 것도
옆에 가장 귀중한 이들이 있다는 것도
모두가 어려운 일이었음을 알았을 때
나뭇잎은 그냥 팔랑거리고 있었다.
그냥 풀잎이고 싶었다.
1부 : 여울물 소리
내 가슴에는 바람이었다.
달님은 어디서 자고 있나?
나
달빛
대청호에도 가을은 온다
병(病)
손톱
여울물소리를 들으며
입원실에서
저녁 눈
저녁(2)
지팡이 짚은 나무
찔레꽃
합강정에서
후회
갈대(2)
겨울하늘
꽃 지면
꿩
2부 : 떠난 자리
바람꽃
강물
길
길(2)
산사 가는 길
소양호반에서
그믐달
행복했던 날
7월에 핀 자목련
무지개꽃
쓰러진 꽃을 손질하며
그 길
고드름
어둠
달빛에 젖어
달빛 한 스픈
떠난 자리
사마귀는 염불을 할 줄 모른다
멍청한 똑똑이
3부 : 아직 잠 못 들렀나요
가을 여자
그립다
아직 잠 못 들었나요?
징검다리
칠갑산을 지나며
걱정
구절초를 심으며
아픔
새벽
물소리
웃음소리
용담댐을 내려다보며
세모
병실
바다
죽은 스승
여자는 남자가 됐다
아직은
조롱박
강촌추억
4부 : 때 묻은 이야기
꽃잎 무늬
그 때
때묻은 이야기
너
님에게
당신이 나였다면
너의 목소리
지문
사리
바다에 살면
몸으로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아무도 몰랐으면
네 생각
기다림
바다가 부를 때
나무는 폭군이다
미운 사람
이 바보야
꼭 간직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