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제 14 부. - ㅎ편.






















대 바람 소리
-ㅎ.


히읗’이라고 읽는다.

한글자모의 열네 번째 글자.
목청이
울리지 않을 정도로 목청을 좁히고
그 사이로 날숨을 내보낼 때 나는

무성성문마찰음(無聲聲門摩擦音).

하햐허혀 호효후휴 흐히

대 바람 소리,
대밭에서 울리면
마음 다시 먹어야 하는 일,

가벼워도 무거워도
비워야 하는
일.






1.
초당 하나씨께,
-하(夏).




순 임금 세운 하 나라도 망 했어,
하도 많이 걸 왕 나쁜 짓 하다가

초당 하나씨 수염 쓰다듬으시며
한 마디 하시는데,
한여름 뙤약볕은 적송 솔잎을
쥐 잡듯이 채근하고 있었다.
하 세월에 나무기둥 살 지우러나
부지런히 일 하라고,

만드레 풀을 뽑고 낮잠 자는
농부님들
잠이 깰라, 헛기침 참으시던

초당 하나씨께 하나라 망한 이야기
더 들어야 하는데, 북망산천
가셨으니

누구에게 물어보나
덕을 쌓고 사는 일을.














2.
-하가(何暇)에.



하가(何暇)에,
어느 때나 집에 다시 오려나,
불효자식 기다리시던 어머니

그립고 그리워서
눈물 흘리다 보면

어느 바람 부는 언덕에서
비바람 눈보라 치는
바위 아래 고개 숙이고
기다리시지나 않으시는지

또다시 흐르는 눈물 훔치며
푸른 하늘 푸른 들 바라보면
가야할 길 아득하여,

두 손 불끈 쥐어본다.



















3.
지극정성 하다보면,
-하강.




오르고 내려가는 길 험하고 험한
산길 오르는 일, 내리는 일

모두 다 정신 수양이련만
최고의 지점에서 서신 분
소식이 없으시다니

신선되시어
거기서 머무시는 듯
우리네,
사는 일 모두다 그만, 그만

그래도 무슨 일
지극정성으로 하다보면 좋은 날
있으려니.



















4.
덕(德)을 쌓으며,
-하객(賀客).




두 자식 혼사에
오고가신 하객님께
안부라도
여쭤가며 예를 다해야 하련만,

어쩌다가 결례하면 어쩌나
마음이 염려되니,
조금 더 힘을 내고
조금 더 참아가며 살아야 하리.

먼 데서 다가오는 소리들
소부허유님 고사로
그러려니 돌려서 맘먹고

도를
찾고 덕을 쌓으며 가야 할 길
가야 하리.

















5.
국토를 회복하신 일,
-하거(下去).




실개천 흘러 모여 강을 이루고
강물이 흘러 모여 바다로 가니
우리네 사는 일도 그러 하는 일,

실개천 흐르듯이 강물이 흐르듯이
흘러흘러 가소서

멈칫멈칫 바위틈에 걸리더라도
쉬어가라 하는 뜻으로 풀어내고
손을 잡으면 되는 일,

고려의 문신.
서희 선생님 거란(契丹)의 내침 때,

서경(西京) 이북을 할양하고
강화하자는 안에 극력 반대,
자진해서 국서를 가지고 가시어
적장 소손녕과 담판을 벌여
거란 군을 철수시키고 여진을 몰아내

지금 평북 일대 국토를 회복하신 일,

어느 분 다시 하여 주시려나.











6.
바뀌어가는 사람인심,
-하게체.




좀 하대나
친절하여 정이 든 우리말,
거기다가 시자 하나 더 들이면
말하기도 듣기도 좋아서
금시 금방 정드는 말이어서

어르신들 많이들 쓰시었는데,

앉게, 듣게, 말하게, 들게,
앉으시게, 앉으시게나, 들으시게
들으시게나,
말하시게 말 하시게나, 드시게
드시게나,

이처럼 듣기 좋은 말이련만

앉다니, 앉다니요, 듣다니, 듣다니요,
말하다니, 말하다니요, 들다니 들다니요.

요 요 요 요 이 이 이 이 이

바뀌어가는 사람인심, 말투를
누구 탓으로 돌려야 하는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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