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제 13 부. -ㅍ편.

















봄이 오며는,
-ㅍ.




목젖으로 콧길을 막고 양 입술로
입을 다물었다가
날숨을 거세게 내뿜으면서
목청을 울리지 않고 내는

유기양순파열음(有氣兩脣破裂音).

ㅍ은 입술소리니
표(漂)자의 처음 나는 소리와 같다.

팔딱팔딱 팔팔 뛰던 물고기.

푸르른 어름 강에
모두 다 숨고
펄펄펄펄 눈이 내려 덮이는 세상.

푸릇푸릇 이운 풀잎 돋아나는,
봄이 오며는,
휴전선 지키던 내 사랑도

돌아오겠지.













1.
혀 밑에 숨어드는가,
-파.




인간의 혀 맛 돋궈내다가
어찌하여 혀 밑에 숨어드는가,

벗기고 벗겨도
껍질로 채워지고
원종만 머물다가
속과 겉이 똑같은 것을,

진한 향기 어른어른
속내를 보일 듯 말 듯
돌고 도는데,

식칼 들고 썰어보는 칼 맛으로
세상만사 진단하는 일,
옥석을 못 가리는 잘못일 수 일수도.



















2.
간지럼 태우던, 간지럼나무.
-파가저택(破家？宅)




옳은 행실 해야 헌다고
행실이 바르지 못하다면
집을 부수어 못을 만들었다는

옛 날 형벌 이야기 한 거리에
둥그런 보름달 돋던 달돋개
불효하면 덕석몰아 매로
다스렸다던 고향마을,

빈집은 무너지고,
세 번 피면 쌀밥 먹는다고
어서 꽃 피워보라고
간지럼 태우던, 간지럼나무.

효자각 백일홍 나무는
누군가가 뽑아가
정원수로 팔려갔다는데.

















3.
파겁(破怯)





부끄럽고 용기 없어
뒤로만 숨다가
힘을 얻어
앞으로 나오니 파겁했다 하거늘,

아프리카 통과의례
며칠 밤, 몇 날을
난 잠, 자고 맹수독충 싸워 이겨
돌아와야 신부 만날 권리를 지니거늘,

우리네 성인식은
그런 일 없으니 마마보이 이 말을
언제나 때려나,

잠자다가 오줌 싸고 치를 머리에 쓰고
박아지 들고 소금 얻으러 갔다가
소금세례 받고 돌아서던 네 살 박이,

눈물 정도는 요즈음도 있어야 하쟎을런지.















4.
파격(破格)





풀어낸 자유인가,
격을 깬 대우인가.

앞으로 가는 일
돌다리도 두드리며 가라했고
뒤를 돌아보면
아까운 보리쌀에 뉘 섞였다
했으니,

가는 일도 머무는 일도
말 못할 사연도 많으리니,

격을 깰까, 지킬까도
생각하며 해야 하리
누구를 위해서 종을 울려야 하는지를.



















5.
파경(破鏡)




동경을 깨뜨려서 서로 지녀
먼 훗날 다시 만나면
맞춰보자 한 일을,

만나는 일마다
돌아서는 일도 많아서인지
유리거울 잘도 깨지니
이 일을 어찌 할꼬

이지러진 저 달도
달이 차면
동산에 보름달로 뜨련만
돌아선 그 임은 언제 다시 오려나,

바람에 흩어지는 가을낙엽처럼
조각조각 나눠지는
그 마음을 어이 하리.


















6.
파계(破戒)




계율 속에 들어본 일 없으니
계와 율을 깬 일은 없지만
어느 계이거든,

다 좋은 계와 율이련만,

내 것이 최고라고 우기는 일도
보기 좋고 듣기 좋은
일은 아니러니,

서로보고 웃으면서 너와 나를
같이 보면 얼마나 좋겠느냐
섞어 봐도 좋으련만
원래 뿌리 다르니,
섞일 수도 없는 일,

무참괴승(無慘傀僧) 되시려나,
서로 보기만하면 사우대질,

이 일을 어이 할꼬.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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