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제 9 부.
ㅈ 편.

















외로움이 닳아져서,
-자.



가자, 보자, 듣자, 하자, 말자,

우리는 늘 외로워서
누군가를 불렀다.

어머니를, 아버지를,
시간과 공간을 달리하면서
그 외로움이 닳아져서
둥그러질 때,

우리는 그리고 나는
그리움을 모르는
또 하나의 우리가 되어, 내가되어,

아버지가 되고
어머니가 되고.


















1.
자가당착.




보고 싶었습니다.

그리워서, 사랑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제는 내일보다
어제는 오늘보다
오늘은 어제보다
오늘은 내일보다
내일은 오늘보다
내일은 어제보다

더 보고 싶을 것입니다.
더 보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사랑을,

잊어버려서
잊지 않아서
잊지 않기 위해서
잊기 위해서.














2.
눈짓 손짓 안 해도,
-자가보존.




풀뿌리는
풀잎을 보고 싶어 하고
풀잎은
풀뿌리가 보고 싶어 한다.

풀뿌리는
풀잎이 보이지 않아도
풀잎이 소리를 듣는다.

풀잎은
풀뿌리가 보이지 않아도
풀뿌리의 뜻을 안다.

그들은 서로가 서로를 안다.
바람 불어도
흔들리지 않아야 하고
목이 말라도
참아야 된다는 것을 안다.

눈짓 손짓 안 해도 안다.
다 안다.












3.
어딘가로 옮기지 마라.
-자가불임성.




나무도 안다.
그 존재의 윤리를,
나무도 안다. 침묵, 도덕을,

그래서
같은 영양 개체 수분하여도
자가 불임,
결실을 하지 않는다.

신통방통한 그들의 세계를
톱으로 베어내지 마라.

태초의 뜻을 태초부터 지켜낸
숭고하고 우아한
존엄한 생명을, 더 이상
어딘가로 옮기지 마라.

기억하라.
동물의 스승은 나무였음을.














4.
정신 차리게나.
-자가사리.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천방지축 날뛰더니

자가사리 용을 건드렸어,

저러다가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지는 수가 있어.

정신 차리게나.
그대들 두더지들처럼
나대지 말고,

그렇게 만추의 계절은
저물어가고 있었다.



















5.
무엇을 하고 있다고,
-자가생식.




동물의
원생 생식,

핵 하나가 둘로 분열하여
다시 재결합.
진화의 초기단계.

바다의 파도가 소리를 친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다고,
들어보라고

누 만년을 그리했다고





















6.
해석하지 못하는,
-자가임성.





유전자 법칙.

부분이 부분을 돕는다.
잃어버린 부분을
잃어버리지 않은 부분으로
채운다.

그들의 처절함을
도마뱀은 꼬리를 잘라내고도
잘도 달려간다.

부분을 주고 가는 마음을
덕으로 해석하지 못하는
우리는,

무엇을 읽고 있는 것인가.

















7.

저자소개

목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