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제 3 부. -ㄷ 편.


공처럼 둥근

바닷가
검은 돌아,

그대는 누구의 모태에서 탄생하여
파도소리만 찰싹거리는
이 해안, 이 자리, 이 지점에만
머물러 있는가,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시원하기나 한지,

볕 뜨거운 8월,

아무도 그대에게 말 걸지 않는 해변,
말 좀 해보려므나,

나처럼 무거운 그대의
속사정을.


-해변의 돌에게


























말발굽 소리.
-ㄷ.




디귿. 파열 설음,
압축 공기 팽창 파열하여
터지는 소리,

좀 둔하고 탁한 소리
말발굽 소리 다다닥, 다다닥

다듬잇돌 위에 물기 말린
무명베 올려놓고 방망이로
두들길 때 나는 소리,
전선에 계신 우리 낭군
언제나 오시려나,
애간장 타드는 소리.

다다닥, 또다닥, 다다닥 또다닥.

황토색 황토 베어드는 소리.

















1.
풀기 없는 땅에서,
-다.




많은 풀잎,
모두 풀잎이다 하시고,

풀잎에 이슬 맺히니
이쁘다 하시니,
별말씀 다 하십니다.
별꼴이라 하시지요.

뿌리 흔들면서 물골이나
찾아가면
다 아니 아시겠나요.

거기가 끝이라 생각합니다.

풀기 없는 땅에서, 스승님.



















2.
벌 나비 앉고 나니,
-다가가다.




다가가 바라보니 빈 곳 거기여서
한 점 가져다 놓으니
드는 빛 받아서 도자기 찬란쿠나,

그 자태.

배면에 다가붙은 꽃잎 따라
벌 나비 앉고 나니
거기가 천국이리니,

떠나지들 마시게나, 그대 있던
그 자리 치우지 않을 것이니,
비오면 오는 대로 바람 불면
부는 대로

묵향(墨香) 따라 찾아들면
그대를 내 반겨 가까이 다가앉아
시문 문답이나 나눌 것이니.
















3.
바로 직전.
-다각.




원형이 되기 바로 직전
그 회전은
가속도 붙어 어느 지점으로,

가라 앉으냐, 가
문제일 것이다.

천국과 나락 같은 것으로
종교는 해석하지만

기분으로 볼 때,
안쪽 기분과 바깥쪽 기분.

그것이라는 것이다.




















4.
그리움이 밀어줘야,
-다감.




울 때는 울고, 웃을 때는 울고
성낼 때는 성내고
기쁠 때는 즐거워해야 하련만,

우리네 사는 세상,
기뻐도 슬퍼도 모두 다 그러려니
그냥 가는 세상,
그리운 사람들에게 다가가게
그리움이 밀어줘야 하는데,

그냥저냥
돌아서고 내 살기 바쁜 세상
내 코가 석자인데,

고향도 타향도 모든 감정
모두 다 밀어놓고
모두 다 잘 사는 세상 왔으면
싶은 마음뿐으로

오늘도 나는 시를 쓴다. 한수, 두수.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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