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1


전광판의 숫자가 깜박인다.
호주머니에 넣고 나온 동전 몇 개,

나도 증권을 사본 경험이
딱 한 번 있다.

자동차를 몰고 예쁜 여인이 도로를
질주한다.
눈에 띄는 일이 너무 많다.





























2



대궐 같은 저택 앞을
고개 숙이고 걸어가다가

‘여보시오, 거 아무도 없소,’
외쳐 본다.
마음속으로 외쳐본다.
지하방 전세를 살고 싶었던 집

‘그러다 붙들리면 영락없는
죄인이 될 것이요’

지나가던 사람이 그 말 대신
웃으며 간다.

옥탑 방 얻어 아이들과
별 세며 살거나.





















3.


땅 파는 기계소리 대신
참새 소리 들리는 곳으로 가자,

모 심고 무명 베 짜는
어머니 곁에서
천자문이라도 읽자.

하나뿐인 몸
먼 곳으로 떠나면,

누르는 힘과 눌리지 않으려는 힘이
내부에서 일고 내 근육은 팽창하며
열을 받는다.

내 몸이 다스려졌다
빗자루로,
두드러기 난 몸이 다스려졌다.

참새 울음소리 들으러 가자.



















4.


뜨거운 햇볕이
내 방의 창문을 열려고
서성인다.

무슨 일이
없을까,
변화가 없군,

햇볕은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햇발은 창 밖에서
여전히 서성인다.

























5.



들어야 한다.
보아야 한다.
먹어야 한다.

계속 전해오는 메시지.

백지를 제단 할 가위와 자는
아내가 갖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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