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난 일요일 아침에 도착한 문자 메시지를 보고 경숙의 모친상에 가기 위해 지하철 2호선을 탄다. 지하철이 역을 스쳐지나갈 때마다 기억 저편에 있던 추억의 단상들이 나에게 다가 온다. 처음 서울에 상경했을 때, 어리둥절 오리엔테이션에 갔을 때, 동문 카니발에 따라 가려다가 바람 맞은 일, 조인트 동문회 선배와 있었던 일, 겨울 방학에 이인규와 친구들이 부산에 놀러온 일, 이인규를 만나기 위해 밀양으로 간 일, 발렌타인 데이를 기념으로 초콜릿과 테이프를 준 일, 데모, 최류탄을 피해 장흥에 가서 손을 잡은 일, 학교 축제에서 돌아오는 길에 키스를 한 일, 그리고 이인규가 영양실조로 폐렴에 걸려서 병원에 입원한 일, 그리고 그의 가난한 가족을 본 일. 걷잡을 수 없는 자신의 감정으로부터 도망간 일.
장례식장에 도착해서 이인규를 만난다. 그는 나를 데리고 학교 건물에 가서 20년이 넘은 편지를 꺼내서 준다. 난 그와 같이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중간에 내리는 인규를 따라 내려서 덕수궁 길을 걷는다. 그리고 가슴 속에 맺혔던 말을 나눈다. 서로 헤어지지만 가슴 속에 두 사람은 남아 있다는 사실 때문에 난 지하철 2호선만 타면 행복하다.

저자소개

목차

잠실역
잠실역
강변역(동서울터미널)
구의역
건대입구역
한양대역
신당역
동대문 역사문화공원역
을지로 4가역
을지로입구역
시청역
충정로역
이대역
신촌역
시청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