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여행객
모리스 르블랑이 20여 년간 집필한 <아르센 뤼팽 시리즈>의 초기 단편집
아르센 뤼팽의 탄생을 알리고 가장 대중적으로 사랑받은 <아르센 뤼팽의 모험>. 주인공의 체포로 시작되는 첫 단편집에서는 비록 체포되었지만 끊임없이 사건을 주도면밀하게 계획하는 뤼팽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뤼팽은 평범한 도둑이 아니다. 상류층의 저택이나 성만 침입해서 가장 값나가는 것들만 훔친 뒤, 주인에게 다시 돌려주거나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매력적인’ 도둑이다. 항상 약자 편에 서서 정의를 실현하고, 아름다운 여인에게 불 끓는 사랑을 느끼는 로맨티스트이기도하며, 체포와 수감, 탈출로 이어지는 빈틈없는 활약상을 보이는 와중에도 재치와 유머를 잊지 않는 ‘예술가’ 이다. 뤼팽의 체포를 목표로 그를 끊임없이 쫓는 가니마르 형사에게조차 뤼팽은 친절함과 냉소 섞인 유머감각을 보인다. 그를 추격하는 형사와 판사, 경찰들 머리 꼭대기에 서서 상황을 즐기는 여유까지 부린다.
뤼팽의 다양하고 매력적인 캐릭터 말고도 각 단편의 다양한 시점을 즐길 수 있다. 1인칭이었다가 뤼팽으로 드러나는 인칭, 뤼팽의 전기 작가 인칭, 제3자였다가 뤼팽으로 바뀌는 인칭 등 다양한 시점에서 뤼팽의 활약을 즐길 수 있다.
발표 후 논란의 여지가 있었지만 마지막 단편 <셜롬 홈즈, 한 발 늦다>에서 셜록 홈즈와 아르센 뤼팽의 대결 구도가 처음으로 펼쳐진다. 셜록 홈즈를 쓴 영국 작가 코난 도일의 항의에 모리스 르블랑은 셜록 홈즈에서 ‘혈록 숌즈’로 이름을 바꾸어 ‘아르센 뤼팽 다운’ 익살스러움을 보여준다.
셜록 홈즈의 차갑고 냉철한 형사의 모습을 기억한다면, 이번에는 삶과 사람, 여인을 사랑하고 여유와 재치를 지닌 아르센 뤼팽을 즐기길 바란다.
저자소개
모리스 르블랑(Maurice Marie Emile Leblanc, 1864~1941)
프랑스 루앙 출생.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낸 뒤 청년시절 심리학적 소설 몇 개를 발표하지만 별다른 주목을 얻진 못한다. 월간지 <주 세 투>의 편집장이 그를 눈여겨보고 셜록 홈즈에 버금가는 추리소설을 만들어 낼 것을 르블랑에게 부탁하게 되어 1905년 <주 세 투> 제 6호 지면에 ‘아르센 뤼팽의 체포’가 실리게 된다. 대중들이 이 단편에 뜨거운 관심을 보이자, 이듬해에 단편집 <아르센 뤼팽의 모험>을 발표, 그 뒤 20여 년 동안 계속해서 뤼팽을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을 발표했다. 1912년 대중소설 작가의 공적을 기리는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음으로써 이름을 널리 알렸지만, 상업적인 소설보다는 순수문학가로 알려지길 바랐던 르블랑은 아르센 뤼팽으로 ‘대중소설가’의 이미지가 생긴 것을 탐탁해 하지 않았다. 또한 50편에 달하는 장편과 단편들을 쓰면서 심리적 압박감도 심했다. 실제로 ‘그(뤼팽)는 언제 어디서나 나를 따라다니는데, 그가 나의 그림자인 것이 아니라 내가 그의 그림자이다.’ 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역자소개
송은선
성신여대 영문학과 졸업. 갭 코리아 한국지사에서 머천다이저로 근무하다 바른번역 아카데미에서 출판번역(영어)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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