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갖가지 괴이한 요괴들의 퇴치에 관한
동양적, 불가적인 판타지

전생, 윤회, 업을 타고
맺어진 요망한 생들에 관한 신출 기묘한 이야기

[본문]
소호는 반쯤 울먹이기 시작했다.
“엄마는. . . 엄마는. . . 엄마는 사실. . . 엄마는 여우예요.”
선생님은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소호를 안아주었다.
“여자는 원래 다 여우란다. 선생님 남자친구도 선생님을 보고 낮에는 꽃사슴, 밤에는 여우라고, 그렇게 부른단다.”

*

“혹시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두 모인 적이 있었니?”
소호는 고개를 까딱이며 곰곰이 생각해 본 후 힘차게 대답했다.
“아뇨.”
견암은 빙그레 웃으며 소호를 보았다.
“따라 오거라. 내가 그 이유를 가르쳐주마.”
견암은 소호를 데리고 엄마의 침실로 들어가 옷장을 열었다. 견암은 무대 위의 사회자가 가수나 배우를 소개하는 것처럼, 커다란 동작으로 옷장을 가리켰다.
“보거라.”
소호는 보았다. 아빠와 누나가 옷장 안에 걸려 있었다. 마치 바람 빠진 풍선처럼 생긴 아빠와 누나가, 엄마의 다른 옷들과 함께 옷장 안에 걸려 있었다. 견암은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소호에게 말했다.
“엄마가 인간이 아닌 것은 알고 있지?”
“응.”
견암은 옷장에 걸린 아빠와 누나, 정확히는 아빠와 누나의 껍질을 매만지며 말했다.
“인간의 껍질을 입고 엄마 행세를 하고 있었던 거야. 한 번에 한 명씩 밖에 변할 수 없으니까, 당연히 온가족이 한자리에 모인 적도 없었던 거고.”
견암의 말에 소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

적암은 가던 길을 멈추었다. 소피가 마려웠다. 적암은 인적이 없는 산길에 멈추어, 길가의 적당한 나무 앞에 서서, 나무를 향해 오줌 줄기를 갈겼다. 갈 길을 서두르느라고 참고 있던 볼일을 느긋한 마음으로 해결하고 있었다.
엉덩이가 간지러웠다. 마치 누군가가 자신의 엉덩이를 만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때 뒤에서 젊은 여자의 맑은 목소리가 들렸다.
“건강한 몸을 가지고 있네요.”
미모의 여인이 적암의 엉덩이에 얼굴을 들이대고 냄새를 맡고 있었다. 적암은 너무 놀라, 황급히 바지를 끌어올렸다.
“요망한 것.”
적암은 여인에게 일갈을 가하며 허리띠를 동여 메었다. 짙은 눈썹에 커다란 눈망울 그리고 오뚝한 콧날과 도톰한 입술이 묘하게 조화를 이룬 미모의 여인이 영롱한 눈망울을 반짝이며 적암을 쳐다보고 있었다. 여인은 적암의 일갈에도 전혀 동요하는 기색 없이, 태연하게 치마를 걷어 올리더니 적암에게 엉덩이를 내밀었다.
“맡아 보세요. 소저도 건강합니다.”
“이 무슨 짓이냐?”
적암은 화를 내며 삿갓을 살짝 들어 올리며 여인을 바라보았다. 적암의 두 눈이 붉은 빛을 뿜어내며 여인을 위 아래로 훑었다.

*

“누구긴... 당신 둘 말고 또 죽은 사람이 어디 있다고 그러는 거예요.”
성찬과 미애는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죽었다고요. 우리가?”
조은이 생글거렸다.
“좀 전에 사고 현장을 보고 왔는데, 성찬 씨는 내장파열, 미애 씨는 아마도 과다출혈인 것 같아보였어요. 정확한 사인은 모르지만 아마 맞을 거예요. 이래보여도 이쪽 계통에서 50년 이상 잔뼈가 굵어서 그런지 시체를 딱 보는 순간 거의 96퍼센트 이상의 확률로 맞혀요.”
스키 마스크의 남자가 복면을 벗었다. 평범한 얼굴을 한 40대 후반의 남자였다.
“조여사가 그렇게 말한다면 거의 맞을 겁니다. 아참 제 소개가 늦었네요. 사후관리센터 산하기관인 심령현상에 의한 교통사고 관리부, 줄여서 심교부에 근무하는 박덕진 차장이라고 합니다.”
박 차장이 몸을 일으켜 성찬의 손바닥에 자신의 이름이 적혀 있는 명함을 쥐어주었다. 성찬은 조금 전까지 스키 마스크를 뒤집어쓰고 있던 살인마... 아니 살인마로 오해하고 있던 박차장의 명함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이해합니다. 누구나 예상치 못했던 죽음을 맞은 영혼들은 예외 없이 두 분과 똑같은 반응을 보이니까 너무 창피해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일단 간략하게 사고 경위를 설명하자면...”

저자소개

목차

1.요괴무덤
2.복수
3.기묘한 가족
4.요괴의 삶
5.폭우가 내리치는 공동묘지의 밤
6.선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