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왕의 여인. 1
“폐하! 소자가 왔사옵니다. 거련이 왔사옵니다.”
태왕은 깊이 잠들어 있었다. 왕후가 담덕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속삭였다.
“폐하…… 첫날밤에 약조하시지 않았사옵니까? 저를 버리시지 않겠다고…… 저도 폐하를 따라 함께 가겠사옵니다.”
자는 듯 정신을 잃었던 담덕의 속눈썹이 가늘게 떨렸다.
왕후가 담덕의 손을 가슴에 대고 담덕의 갈라진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왕후의 침이 담덕의 목구멍을 타고 내려갔다. 담덕의 입술이 움직였다.
“왕후…….”
왕후는 칠년 만에 보는 아들의 손을 잡아 태왕의 침상으로 이끌었다.
거련이 담덕의 손을 잡았다. 담덕은 거련에게서 나는 땀내와 먼지 냄새를 맡았다. 사내의 냄새였다. 열아홉 살의 거련이 죽어가는 담덕의 침상에 서서 굵은 눈물을 흘리고 서 있었다.
- 본문 중에서
저자 :
원종
늘 설레는 글을 쓰고 싶은 사람
승자의 북소리보다 패자의 핏자국에 관심이 많은 사람
출간작
<피의 혼인>, <다섯 번째 왕후>, <왕의 밀회>, <그녀와 러시안블루>
태왕의 여인 제1부
1. 귀환
2. 동굴의 여인
3. 예언
4. 저주받은 여인
5. 활과 화살
6. 사냥
7. 함정
8. 거란의 소녀
9. 민들레같은 여인
10. 숲의 정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