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을 믿으세요? 1
내가 중학교 3학년 때, 우리 반에는 정말 나쁜 남자애 한 명이 있었다. 소위 '문제아'라고 불리던 녀석은 허구한 날 교무실에 불려가고 징계를 받고 얼굴엔 항상 여자애들이 붙여주던 캐릭터 대일밴드가 가득 했었다.
잘 생긴 얼굴과 큰 키.
당연히 모든 여학생들의 인기를 독차지했지만 여자에 관심이 없었는지 여자친구가 있다는 소문은 한 번도 듣지 못했다. 다만 오는 여자 막지 않고 가는 여자 잡지 않는다는 말처럼 녀석의 주위에는 '사귀지는 않지만 옆에 있는 여자'들이 참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물론 나 역시 처음에는 녀석의 잘 생긴 얼굴에 반해 혼자 얼굴을 붉히는 일이 종종 있었지만, 곧 그 환상은 와장창 깨지고 말았다.
“야, 정다름. 매점 가서 물 좀 사와.”
“……싫어. 나한테 자꾸 왜 이러는 건데?”
심호흡 한 번하고 나름대로 반박을 잘 했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 픽, 하고 장난스런 웃음을 지은 녀석은 내 인생에서 절대로 잊지 못 할 말을 하기 시작했다.
“네가 제일 만만하니까.”
- ‘운명을 믿으세요?’ 중에서
저자 :
김윤혜
<운명을 믿으세요?>가 완결난 지 어느덧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네요. 개정판 출간을 위한 원고수정작업을 거치면서 전 6년 전, 그때의 그 나날들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습니다. 운명은 저의 10대를 추억하게 해주는 소설이고, 그래서 그만큼 특별하고 아련한 글이기도 합니다. 부족하고 모자란 글이지만 읽는 모든 분들께 잔잔한 감동과 행복이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완결작 : 7이라는 숫자, 7이라는 숫자 시즌2(어린 남편과 살아간다는 것은), 운명을 믿으세요?, 운명을 믿으세요? 시즌2(변하지 않는 것)
※연재작 : 여우의 여름
※Home : 허밍(cafe.daum.net/CandyF)
Prologue
1 ~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