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광시곡. 1
“깨어나셨군요.”
매무새를 다듬던 손을 멈추고 놀란 표정으로 뒤를 보니 목소리 주인공 모습이 햇살 속에서 빛나고 있었다. 오뚝하게 선 콧날은 시원하게 뻗어 있었고, 서글서글한 눈매가 파고들 듯 응시하고 있었다. 올리브색 브이넥 스웨터가 정말 잘 어울렸지만 그에겐 어떤 색깔도 빛을 바랠 것만 같았다.
“여기가 어디죠? 바다를 보러 온 것은 기억이 나는데…….”
“작은 어촌입니다. 어제 무심코 백사장에 나갔다가 쓰러져 있는 당신을 발견했고, 이곳으로 데려온 것입니다. 밤새 열이 났는데 보건소 가기도 여의치 않았고, 정말 미안한 일이었지만 임시방편이나마 옷을 벗겨야 했어요. 깨어나서 많이 당황했죠?”
“네, 좀 놀랐어요. 하지만 저도 그런 상황이라면 그렇게 행동했을 거란 생각은 들어요. 하여튼 고맙습니다.”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는 눈망울 위엔 속눈썹이 길게 드리워져 그늘을 만들고 있었고, 넓지도 좁지도 않은 이마로 흘러내린 한 올의 머리카락 끝엔 빛들이 매달려 그네를 타고 있었다. 그 모습이 단단한 벽들을 허물어 버리고 마음속 피사체로 들어오는 것 같았다. 가만히 손을 내밀었다.
-본문 중에서
저자 :
이선민
1970년 강원도 출생. 현재 파주 운정에 거주하면서 두 아들을 기르는 주부.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1989년 제1회 동서커피문학상 수필 공모 본선 진출.
1998년 pc 통신 나우누리에서 문학 동호회 활동을 시작으로 2000년 스토리문학관 문학 사이트에서 소설 부분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였으며 중편 ‘바다의 광시곡’으로 2002년 5월 이달의 작품으로 등재하였음. 이후 다양한 소설 습작하였으며 ‘소설동창회’란 문학 동호회 결성한 후 합평 및 다양한 활동을 하였음. 2012년 2월 네이버 카페 ‘200칸 이야기’에서 본격적으로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접하게 되었고, 2012년 6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중편이었던 ‘바다의 광시곡’을 장편으로 연장하여 완결 지었음. 현재는 200칸 이야기에 ‘노을의 연가’를 연재하고 있는 중.
1. 만남
2. 여인의 자리
3. 첫 인사
4. 삶의 현장
5. 귀가
6. 과거의 흔적(1)
7. 과거의 흔적(2)
8. 상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