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1
- 저자
- 배푸름
- 출판사
- 마이디팟
- 출판일
- 2013-04-16
- 등록일
- 2016-08-18
- 파일포맷
- EPUB
- 파일크기
- 634KB
- 공급사
- 교보문고
- 지원기기
- PC PHONE TABLET 프로그램 수동설치 뷰어프로그램 설치 안내
책소개
아이를 낳는다? 그것도 21살짜리 철부지 대학생이?
세상이 비웃고 손가락질 할 일이 자명했다. 자신이 그랬으니까. 저 역시 세상의 일부였고 혼전임신, 그것도 어린 나이에 아무런 대책 없이 사고 친 사람들을 비난했다. 미래가 없는, 계획에 없던 아이는 불행의 씨앗이 되고 말 거라는 간악한 편견 또한 분명 있다. 하지만, 그렇지만…….
"정말 심장이랑, 눈, 팔, 다리 모두 있나요?”
"네. 여기 보이시죠? 이게 심장이에요. 그리고 여기가 눈이고요. 아직 손가락이랑 발가락 같이 세분화된 부위는 없지만 이렇게 튀어나온 부분이 팔과 다리예요.”
"…….”
작지만 있을 거 다 있는 거의 ‘사람’에 가까운 아이를 어떻게 죽인단 말인가.
"나중에 다시 올게요. 수고하세요.”
꾸벅, 인사를 하고 난 뒤 서둘러 병원을 빠져나왔다. 그리곤 주저 없이 택시를 잡았다. 이 사실을, 그 사람에게 알려야했다.
* * *
"……안녕하세요.”
"…….”
딱 한 번 와봤던 이 오피스텔은 쉽게 떠올랐다. 처음부터 잊지 않았으니까. 아니,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역사적인 첫 경험을 치룬 공간인데. 물론, 기억은 흐릿하지만. 명이는 의아한, 그렇지만 한 없이 무뚝뚝하고 차가운 시선으로 저를 바라보는 남자의 시선을 받아냈다. 잠깐의 침묵이 흐르고, 결국 그 무거운 침묵을 참지 못한 명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좀 들어가도 될까요? 드릴 말씀이 있는데.”
"…….”
"선배님.”
"…….”
잠시 고민했던 건지 말없이 가만히 바라보더니 곧 몸을 비켜 들어갈 공간을 만들어준다. 밖은 쌀쌀했고, 따뜻한 공기가 쏟아져 나오는 오피스텔로 명이는 주저 없이 들어갔다. 딱 한 번 봤지만 절대 잊을 수 없는 아주 단순한 구조의 오피스텔이 눈에 들어왔다. 새까만 가죽 소파로 걸어가 털썩 앉자, 선배 역시 느릿하게 걸어온다. 곧 털썩, 소리와 함께 선배가 소파에 가볍게 앉았고 그대로 명이에게 시선이 닿았다. 그러고 보니 늘 이런 시선이었다. 뭔가 불만이 있어 보이는, 그렇지만 어느 모로 보나 감정이라곤 일절 보이지 않는 그런 시선. 사실 명이는 담담한 척 했지만 지금 누군가 툭, 하고 건드리면 하염없이 울어버릴 만큼 두렵고, 또 무서웠다. 쿵쿵 뛰는 심장 소리가 제 귓가에 들릴 만큼. 덜덜 떨리는 두 손으로 주먹을 그러쥐었다. 이를 악 물고 선배의 시선을 받아쳤다. 말없이 주시하는 눈빛이 하고 싶은 말이 뭐냐고 묻는 듯해 조금 망설이다가 주섬주섬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냈다. 순간 그의 눈에 의아함이 스치고, 명이는 지갑 안에 고이 끼워둔 초음파 사진을 꺼냈다. 그리곤 다시 고개를 들어 선배를 바라봤다. 눈이 마주쳤을 때,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기 시작했고,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을 새도 없이 말이 쏟아졌다.
"저 임신했어요.”
-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