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경험
예술사는 종종 속물적이고 세속적인 시선으로 예술을 바라본다. 하나의 시대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 가장 유명한 사람만 기억하는 것이다. 그렇게 한 시대를 단순화하는 것은 일종의 오류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어느 텔레비전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1등부터 3등까지 뽑았다고 해서 이 세 사람이 우리 시대의 노래 실력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가 떠받드는 예술사란 그것을 집필한 사람이 시대별로 역사에 붙여준 라벨에 지나지 않는다. 세계 7대 불가사의라고 불리는 만리장성, 피라미드 등의 거대한 건축물을 한 눈에 보겠다고 미니어처로 살펴보는 격이다. 전체란 종종 부분보다 믿기 어렵다.
이 책은 그렇게 예술사의 작은 부분들, 두 번째로 중요한 그림과 화가에게 관심을 기울인다. 이 책은 열여섯 꼭지로 구성되는데, 꼭지마다 화가 한 명, 작품 하나를 선정해 깊이 파고들어 가는 형식을 취한다. 하지만 화가와 작품에만 집중하는 책은 아니다. 사실 주제로 삼은 화가가 따로 있어도 화가 한 명, 작품 하나만 오롯이 논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그는 끊임없이 비교하고 다양한 각도에서 작품을 살아 꿈틀대는 생명체로 보며, 그 생명이 최초로 발생한 토양 속으로 들어가서 살펴보려고 한다. 곧이어 작품이 발생한 토양에서도 빠져 나와 동서고금을 넘나들면서 다른 작품들과 비교한다.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 꼭지는 남성용 소변기를 미술 작품으로 전시했던 뒤샹(Duchamp)이 ‘회화를 포기하겠다’고 결정한 것에 집중한다. 회화의 시대는 정말로 끝났을까? 해답 없이, 수많은 질문을 던지면서 천단칭은 회화의 시대를 종결한 뒤샹의 이야기로 이 책을 종결한다.
저자 : 천단칭
저자 천단칭은 유명 화가이자 작가. 날카로운 논조의 평론으로 중국의 젊은 엘리트들에게 폭넓은 지지를 받는 비판적 지식인이며, 사회적 발언도 서슴지 않는 오피니언 리더다. 천단칭은 1953년 상하이에서 태어났다. 문화대혁명 시기 마오쩌둥은 학교를 갓 졸업한 젊은이를 농촌에 보내 노동하게 하는 정책을 폈고, 그런 젊은이들을 ‘지식청년(知識靑年)’이라고 부른다. 천단칭도 중학교를 졸업한 1970년부터 1978년까지 장시성(江西省) 남부 및 장쑤성(江蘇省) 북부의 가난한 농촌 마을로 배치되어 노동했다. 천단칭은 그 기간에 독학으로 미술을 공부했는데, 그때 그린 작품이 중국 전국미술대전 등에 입선하면서 ‘지식청년 화가’로 상당히 이름을 얻었다. 문화대혁명이 끝난 뒤, 천단칭은 1978년에 중국 최고의 명문 미술대학인 중앙미술학원 유화과 석사반에 입학했다. 1980년, 졸업을 앞둔 천단칭은 티베트에 가서 졸업 작품을 준비했다. 이 시기에 그린 7점의 유화 작품이 중국 미술사에 한 획을 긋는 사실주의 회화로 평가받는 〈티베트 연작(西藏組?)〉이다. 이 작품으로 스물다섯 살의 천단칭은 중국 미술계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일약 정상급 화가의 반열에 올라섰다.
천단칭은 1980년 대학원을 졸업한 후 모교 중앙미술학원에서 강의했으나, 1982년에 돌연 뉴욕으로 이주해 전업화가로 활동했다. 그다음 해인 1983년 6월, 뉴욕에서 천단칭의 개인 전시가 열렸다. 미국에서 최초로 열린 중국 현대 화가의 개인전이었다. 그 후 줄곧 미국에 머물던 천단칭은 2000년 칭화대학교 미술대학 교수로 초빙되어 중국에 돌아왔다. 그러나 2004년 중국의 미술 교육 세태를 비판하며 교수직을 그만두었다. 중국 현대 화가 가운데 작품 가격이 가장 높은 작가군에 속하는 그는 많은 독자를 거느린 베스트셀러 수필가이기도 하다.
천단칭은 미술, 음악, 문화, 역사, 인물론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여러 권의 책을 썼다. 2005년 출간한 《퇴보》는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아 10만 부 이상 판매되었고, 《황폐》는 홍콩에서도 베스트셀러 1위를 오랫동안 지켰다. 지은 책으로 《뉴욕 신변잡기》, 《쓸모없는 소재》, 《퇴보》, 《속(續) 퇴보》, 《황폐》, 《외국에서 들은 외국 음악》, 《큰 스승에 대해 웃으며 논하다》, 《귀국십년》, 《무지(無知)의 방랑》, 《대화의 진흙탕》 등이 있다.
역자 : 강초아
역자 강초아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출판사에 다니며 다양한 종류의 책을 만들었다. 현재 번역집단 실크로드에서 중국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13.67》, 《기억나지 않음, 형사》, 《S.T.E.P.》, 《등려군》, 《우울증 남자의 30시간》, 《망내인》 등이 있다.
한국어판 저자 서문 _5
천리강산도 _13
죽음의 승리 _35
인민의 승리 _61
습작품 _85
파리의 청년 _111
누가 예술가를 먹여 살리는가? _미완성 작품(상) _137
회화의 방임 _미완성 작품(중) _157
‘비정식’의 매력 _미완성 작품(하) _179
발라동 모자(母子) _197
중화민국 시기의 여성 화가들 _239
궁정화가 서양의 공로 _265
정보와 화면 _297
억울한 러시아 _321
산마르코 수도원 _345
거인들의 싸움 _367
뒤샹의 결정 _393
저자 후기 _412
작품 목록 _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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