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비. 3
그녀가 손을 내밀었다. 상아 처녀처럼 하얀 손을 거침없이.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살짝 잡았다가 얼른 놓았다. 너무 부드러워서 녹아버릴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아까 너와 눈이 마주쳤을 때 그때 생각했어. 상상 속의 친구가 현실이 되어 나타날 수도 있구나 하고. 정말이야. 그런 느낌이었어. 내 안에 살고 있던 상상 속의 친구가 어느 순간에 이 세상 밖으로 뛰쳐나온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었어. 내가 찾던 친구가 바로 너였어. 내가 상상하던 친구. 내가 원하던 친구.”
나는 걸음을 멈추었다. 멈추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녀의 목소리가 별빛처럼 내 안에서 빛나기 시작하였기 때문이다.
저자 :
전남 광주에서 태어나 전남여고와 건국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79년 동양방송 장편소설 모집에 『키 작은 코스모스』가 당선되면서 소설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저서로는 『마지막 사랑』, 『물망초』, 『이슬비』, 『실연』, 『기억의 상처』, 『너는 나를 사랑하게 될 거야』 등의 장편소설과 『내 사랑 별아에게』, 『여백 가득히 사랑을』 등의 수필집을 냈다.
13. 천천히, 그러나 매혹적으로
14. 고독하고, 그리고 폐쇄적인
15. 물 같은 사랑
16. 기억의 늪
17. 엄지공주
18. 내 아기의 이름, 유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