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 단편소설선 06 분녀
1936년 1월 <<중앙(中央)>>에 발표된 단편소설 작품이다. 가난한 분녀가 성적(性的)으로 타락해 가는 과정을 통해 칠거지악(七去之惡)의 엄격한 윤리의식이나, 터부시했던 섹스모럴의 유교적 관념에 과감한 도전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일면 인간 본연의 원시적인 행위이며 생물학적인 측면에서도 자연스런 섹스 생리의 발산과도 같은 것이지만, 그로 인해서 상실해 가는 윤리의식은 우리에게 심각한 문제점을 제시해주고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농장에서 잡일이나 하며 살아가는 분녀(粉女)는 어느 날 밤 어머니와 동생이 곤하게 잠자는 방에서 겁탈을 당한다. 농장에서 일하는 명준이었음을 알았지만 명준은 훌쩍 금광을 찾아 떠나고 만다. 분녀는 단오 무렵 상점을 하고 있는 만갑에게 또 당하고 큼직한 지폐 한 장을 받지만 던지지 못하고 오게 된다. 그 뒤 만갑의 상점 점원인 천수가 만갑처럼 차리고 와서 분녀를 유인하고 몸을 덮친다. 분녀는 체험된 상태 속에서 무엇인가 변해 가는 자신을 발견한다. 만갑은 이미 다른 계집에 빠져 있었다. 분녀를 가까이 하던 상구마저 투옥되고 나서 분녀는 갈팡질팡한다. 사내에 대한 증오가 분녀의 몸 속에선 욕정으로 변하고 있었다. 그녀는 중국인 왕가에게 또 당했다. 그 무렵 출옥한 상구에게 대담하게 스스로 몸을 주었으나 상구는 그의 타락을 보고 그녀를 떠난다. 거리에 나돌기 시작한 분녀의 이야기를 들은 어머니가 분녀 앞에 나타났을 때 분녀는 죽으려고 들녘을 방황한다. 그때 첫사내였던 명준이가 나타난다. 분녀는 명준이가 허락한다면 명준과 일생을 같이할 생각을 하게 된다.
이효석(李孝石, 1907.02.23~1942.05.25)
일제강점기 작가, 언론인, 수필가, 시인
호는 가산(可山)
강원 평창(平昌) 출생
1907년 2월 23일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창동리에서 일남삼녀 중 장남으로 출생
1914년 평창공립학교 입학
1920년 평창보통학교 졸업, 경성제일고보(현 경기고등학교)에 입학하여 톨스토이, 투르게네프, 체호프 등의 러시아 소설을 탐독하면서 1년 선배인 유진오와 교우관계를 가졌다.
1925년 매일신보 신춘문예에 시 <봄이> 선외가작(選外佳作)으로 뽑힘
1928년 경성제국대학(현 서울대학교) 재학 중 단편 <도시와 유령>(<<조선지광>>) 발표. 경향파의 동반작가로 활약
1929년 동반자작가로 활동하면서 <기우> 발표
1930년 경성제국대학 법문학부 영문학과 졸업. <노령근해(露嶺近海)> <상륙(上陸)> <북국사신(北國私信)> <깨뜨려지는 홍등> <마작철학> 등 발표
1931년 이경원과 결혼. 단편집 <<노령근해>>를 발표
1933년 구인회(九人會)에 가입하여 순수문학의 방향을 더욱 분명히 하였고, <돈> <수탉> 등을 발표
1934년 평양에 있는 숭실전문학교 교수로 취임 후, <산> <들> 등 자연과의 교감을 수필적인 필체로 묘사한 작품을 발표했다.
1935년 단편 <계절>, 중편 <성화> 발표
1936년 <모밀꽃 필 무렵> <인간산문> <분녀> <석류(?榴)> 등 발표
1937년 <성찬(聖餐)> <개살구> 등 발표
1938년 <장미 병들다> <<해바라기>> 등 발표
1939년 대동공업전문학교 교수로 취임하였으며, 장편 <<화분(花粉)>>, 단편 <향수> <황제> <여수(旅愁)> 등 발표
1940년 부인 이경원과 사별하였으며, 차녀 영주를 잃음. 장편 <<창공>>을 연재, 장편 <<벽공무한(碧空無限)>>을 집필
1941년 장편 <<벽공무한(碧空無限)>> <<산협>> 출간
1942년(36세) 5월 25일 뇌막염으로 사망(부친에 의해 평창군 진부면에 부인 이경원과 함께 안장되었다)
1943년 유고 단편 <만포>, <황제> 발표
***한국 단편문학의 전형적인 수작(秀作)이라고 할 수 있는 <메밀꽃 필 무렵>을 쓴 소설가. 장편 <<화분(花粉)>> 등을 계속 발표하여 성(性) 본능과 개방을 추구한 새로운 작품경향으로 주목을 끌기도 하였다. 대표적인 단편소설작가이다.
***이효석의 초기 작품은 경향문학(傾向文學)의 성격이 짙은 <노령근해(露嶺近海)> <상륙(上陸)> <북국사신(北國私信)> 등으로 대표된다. 생활이 비교적 안정되기 시작한 1932년경부터 초기의 경향문학적 요소를 탈피하고 그의 진면목이라고 할 수 있는 순수문학을 추구하게 된다. 그리하여 향토적 이국적 성적 모티프를 중심으로 한 특이한 작품세계를 시적 문체로 승화시킨 작품들을 잇달아 발표하기 시작하였다. 그 대표적인 작품으로 <오리온과 능금>(1932), <돈(豚)>(1933), <수탉>(1933) 등을 들 수 있다.
이효석은 프로문학의 전반적인 퇴조와 함께 1933년 이무영 유치진 정지용 이상 김기림 이태준 등과 순수문학을 표방한 구인회를 결성한 것을 계기로 새로운 작품세계를 추구한다. 즉 <돈(豚)>(1933)을 분수령으로 하여 그는 경향성을 버리고 자연을 배경으로 한 에로티시즘의 세계로 몰입하게 된다. 이와 같은 경향의 작품에는 <분녀> <산> <들> <메밀꽃 필 무렵> <석류> <화분> 등이 있다.
이효석에게 1936~1940년 무렵은 작품활동이 절정에 달하였을 때이다. 해마다 10여 편의 단편과 많은 산문을 발표하였으며, <<화분(花粉)>>(1939) <<벽공무한(碧空無限)>>(1940) 등의 장편도 이때 집필된 것이다. <모밀꽃 필 무렵>(1936) <석류>(1936) <성찬(聖餐)>(1937) <개살구>(1937) <장미 병들다>(1938) <해바라기>(1938) <황제>(1939) <여수(旅愁)>(1939) 같은 대표적 단편들이 거의 이 시기에 발표되었다.
학창시절부터 체호프(Chekhov. A)에 탐닉하기도 하고,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이효석은 이 같은 외국문학의 영향을 적절히 소화하여 자기 나름대로의 작품세계를 형성하는 데 성공한 작가다. 자연이나 인생을 바라보는 문학관은 싱그(Synge, J. M.)나 로렌스(Lawrence, D. H.) 등의 영향 받았으며, 표현이나 구성의 기법면에서는 체호프와 맨스필드(Mansfield, K.) 등의 영향을 받았다.
이효석의 작품세계의 특징을 살펴보면 한 마디로 향수의 문학이라 할 수 있다. 안으로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밖으로는 이국(異國), 특히 유럽에 대한 동경으로 나타나고 있다.
덧붙이자면 전자는 <모밀꽃 필 무렵>처럼 고향의 산천을 무대로 한 향토적 정서표현으로, <들> <분녀> 등에서 보듯이 근원적으로 인간 자체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에덴적인 것을 추구하는 원초적 에로티시즘(primitive eroticism)으로 표현된다. 후자는 서구적인 것에 대한 동경으로 현대문명과 자유를 갈망하는 지향에서 형성된 엑조티시즘(exoticism)으로 이 같은 동경의 세계를 서정적 문체로 승화시켜 특유의 작품세계를 형성하
분녀
작품해설
지은이 이효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