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작품 설명: 1926년 <<조선문단>> 14호, 15호, 16호에 발표된 단편소설로 나도향이 죽기 두 달 전에 창작되었다. 사회문제와 더불어 현실비판이 예리하게 묘사되어 있다.
지형근은 아직 봉건적 잔재인 체면, 의리를 버리지 못한 채, 궁핍한 생활을 탈피하려고 소문만 듣고 돈벌이가 좋다는 강원도 철원군 노동자로 떠난다. 노상이나 현장에서는 과거에 자기 집에서 신세진 사람들을 만나 보은의 덕을 입는다. 공교롭게도 노동자 집합소인 공사장 현장에 있는 술집 여인 이화를 만나게 된다. 이화는 어린 시절 이웃에 살던 여인이다. 지형근은 하층 노동자들 틈에 끼어 세태의 적나라한 현실을 체험하고 이화에 대한 본능적 충동으로 인한 타락한 삶을 지낸다. 그리고 본의 아닌 동향 친구에 대한 배신과 절도까지 저지르게 된다.
이 작품은 동 시대 사회환경이 몰락하는 양반 지주 계층의 한 인물(지형근)이 어떻게 전락하는가를 표현하고 있다. 나도향의 초기 작품에서 볼 수 있는 감상적인 문체나 스냅사진 같은 표층적 조각 이야기, 그리고 후기 작품에서 볼 수 있는 작위성 짙은 절충주의를 극복하고 리얼리즘의 한 전형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한국 전통적 맥락으로서의 양식적 연속성을 가지고 있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형근이라는 인물의 형식적이며 위선적인 인간상과 무능력은 박지원의 <양반전> <호질>에 나타난 양반의 인간상과 비슷한 유형을 가지고 있다. 실학사상을 배경으로 쓰여진 박지원의 <양반전> <호질> 등의 풍자소설과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저자소개
지은이 나도향(羅稻香, 1902.03.30~1926.08.26)
소설가.
본명은 경손(慶孫)이며 필명은 빈(彬), 도향은 호이다. 의사 나성연의 맏아들로 서울에서 태어났다.
1917년 공옥학교(攻玉學校)
1919년 배재고등보통학교(培材高等普通學校) 졸업
1919년 경성의학전문학교(京城醫學專門學校)에 입학했다가 일본으로 밀항했다가 학비가 없어 돌아옴
1920년 경상북도 안동에서 1년간 보통학교 교사로 근무. 안동을 무대로 중편소설 <청춘>을 탈고
1921년 4월 <<배재학보>> 제2호에 처녀작 <출학> 발표
1921년 추억
1922년 현진건 홍사용 이상화 박종화 박영희(백조파 낭만파를 이룸) 등과 함께 <<백조>> 창간호에 <젊은이의 시절>을 발표하면서 작가생활 시작
1922년 별을 안거든 우지나 말걸
1922년 옛날 꿈은 창백하더이다
1922년 장편소설 [환희]를 동아일보에 연재하면서 문단의 주목을 받음
1923년 십칠원 오십전
1923년 속 모르는 만년필 장사
1923년 춘성
1923년 여이발사
1923년 은화 백동화
1923년 행랑자식
1924년 자기를 찾기 전
1924년 전차 차장의 일기 몇 절
1925년 뽕
1925년 의사의 고백
1925년 계집 하인
1925년 물레방아
1925년 벙어리 삼룡이(<<여명>> 창간호)
1925년 꿈
1925년 한경변의 일엽편주
1926년 지형근
1926년 화염에 싸인 원한
1926년 청춘
1926년(26세) 일본으로 갔다가 귀국한 후 얼마 되지 않아 급성폐렴으로 요절하였다.
***나도향의 초기 작품의 경향은 <추억>을 비롯 사랑에 배반당하고 술에 취한 젊은이의 비련(悲戀)을 그린 <젊은이의 시절>, 마을의 부자이며 세력가의 집에서 막실(幕室)살이를 하는 젊은 내외의 삼각 관계의 비극을 그린 <물레방아>, 장편소설 [환희] 등은 남녀 애정 중심의 낭만적 경향의 작품이었다. 그러나 나도향은 후기 작품에서 사실주의적 경향의 작품인 단편소설 <십칠원 오십전>을 비롯, 제분소 여공(女工)의 생활고와 불행을 그린 <자기를 찾기 전>, 노름으로 딴 아내의 남성 편력과 헤픈 정조 등을 그린 <뽕>, 일제의 질곡하에 신음하던 당시 한국인의 비애를 그린 <벙어리 삼룡이> 등 초기의 낭만주의적 경향을 극복하고 사실주의로의 변모를 보여준다.
***1925년 <<여명>> 창간호에 발표된 <벙어리 삼룡이>는 한국 근대문학사상 가장 우수한 단편소설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