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운대학교 전자책도서관

책소개

“지금 대답할 필요는 없어. 그렇다기 보다, A급이 네 머리에 박힌 순간부터 이미 게임은 끝났다. 지금까지의 문답은 앞으로 조금 고생하게 될 너에 대한 자그마한 배려였지. 이제 나는 떠날 테지만…… 스스로의 이성을 아무리 유지하려 노력해도 무의미한 발버둥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데라시온에게 먹힌 수많은 피해자들이 처음부터 순순히 받아들였을 거라 생각하나? 그 서서히 무너져 내려가 욕망에 몸을 맡기는 타락의 순간을…… 즐겁게 관람하도록 하겠다. 저 검은 하늘의 위에서 말이지.”
“안 돼. 제발…… 제발 그러지 마. 이 녀석을 떼어내 줘. 부탁이야. 부탁…….”
그러나 루비아의 간절한 외침은 공허하게 허공에 울려 퍼질 뿐이었다. 그녀가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숨막힐 것 같은 어둠은 사라지고 없었다. 단지 안경 너머로 자신의 머리 위에 새하얗게 붙어 있는 A급의 데라시온이 보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 A급의 데라시온 조차 마치 루비아의 몸속에 숨어사는 기생충처럼 순식간에 사라지고야 말았다.
‘나…… 나한테 들어왔어…… A급이…….’
루비아는 다리에 힘이 풀려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지금 당장 벨 인컨에게 달려가 사정을 전부 설명하고 협조를 구해야만 한다. 그러나 그런 당연한 ‘상식’이 루비아의 마음속에서 빠르게 지워져 버렸다.
‘하지만 정말로 내가 S급이 된다면…….’
그것도…… 그것도……
“나름 괜찮겠는데.”
그녀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생겼다. 근 일주일 만에 처음으로 지어보이는 미소였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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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

안녕하십니까. ‘검은 하늘’의 저자 김경민입니다. 이렇게 독자 여러분과 마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을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합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글을 읽고 쓰는 것은 언제나 제게 즐거움으로 다가왔습니다. 많은 종류의 글을 써 왔지만, 특히 나만의 캐릭터들을 만들고 그 캐릭터들에 적합한 대사들을 집어넣으며 그들이 살아가는 세계관을 성립시키는 ‘소설’을 쓰는 일은 제가 가장 큰 매력을 느낀 일입니다.
그 매력에 취해 정신없이 이것저것 많은 소설을 써왔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결과물을 만들어냈고, 그것을 선보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무척 행복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한 이상한 기분이네요.
모쪼록 부족한 글이지만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이 글을 읽으면서 아주 잠시나마 독자 여러분이 작은 즐거움이라도 느끼셨다면 작가로서 그보다 더한 기쁨은 없을 것입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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