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형사의 짧은 휴가. 2
뒤에서 적들이 칼을 들고 쫓아오고 있었다. 옆구리에 있던 권총을 꺼내려고 허리에 손을 댔다. 총이 없었다. 당황스러웠다. 앞은 캄캄한 절벽. 필사적으로 땅을 힘껏 박차고 날았다. 그 순간 칼이 허리를 푹 찔렀다.
‘아!’
눈이 떠졌다. 옆구리를 만져보았다. 피 대신 땀이 흥건했다. 어디선가 삼십 년쯤 된 자동차 소리가 나서 눈을 돌려보니 고물 에어컨이 그르렁거리고 있었다. 딱딱하고 불편한 침대, 야릇한 형광페인트 그림, 분명 그의 방은 아니었다.
“속은 괜찮아요? 나쁜 꿈을 꾸셨나 봐요?”
낯선 목소리. 얼른 일어나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옆에서 앳된 여자가 보조개에 웃음을 달고 모로 누워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언뜻 봐도 스무 살이 넘지 않은 나이였다. 브래지어와 팬티를 걸쳤지만 속이 훤히 비치는 것이어서 벗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는 얼른 자신의 아랫도리를 살폈다. 다행히 속옷은 입고 있었다.
“누구……야?”
“필름이 많이 끊어졌나 봐요. 수지예요, 오빠 파트너.”
-본문 중에서
저자 :
저자 :
주현석
주현석은 전라북도 전주에서 태어나 한양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반도체 회사 생산 계획, 컴퓨터 프로그래머, 미국계 회사 한국 지사장으로 재직하다가 그만두고 그토록 하고 싶었던 글쓰기에 뛰어들었다. 글을 쓰고 있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는 그가 쓴 《어느 형사의 짧은 휴가》는 그의 세 번째 작품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와 오쿠다 히데오 그리고 레이먼드 챈들러를 좋아하는 그는 커피숍에서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며 여행을 좋아해서 인터넷에 여행기를 연재하고 있기도 하다. 오늘도 어딘가를 돌아다니며 글을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5 ~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