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조선임금 잔혹사> 조민기 작가와 영화 <26년> 조근현 감독과의 만남
1960년대 말,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남편은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남편의 전사 소식을 전하러 온 남자가 집에 눌러앉아 폭군처럼 군림하고, 혼자 힘으로 아이 둘을 먹여 살리느라 슬퍼할 겨를도 잊고 산 어느 날, 단아하고 고운 여인이 찾아와 내게 누드모델이 되어달라는 제안을 했다.
최고의 조각가로 명성이 자자했던 남편은 병을 얻으면서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다.
고향으로 낙향한 후로는 작업도 접고 삶의 의지마저 꺾이고 말았다. 그이에게 아무것도 해줄 게 없어 안타까움만 쌓여가던 어느 날, 한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어쩌면 우리, 또 다시 찬란한 날을 꿈꿀 수 있지 않을까.
모든 것이 끝났는데도 아내는 나를 위해 모델을 찾았다고 한다.
기대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아내에게 떠밀려 오랜만에 작업실을 찾았다. 아내가 찾은 모델은 내가 그토록 원하던 이상적인 비율을 가졌다. 하지만 이미 굳어버린 이 손으로 뭘 할 수 있단 말인가. 과연 나는 다시 조각을 할 수 있을까?
한국전쟁 후 피폐할 대로 피폐해진 1960년대..
정부는 경제 회복을 위한 방법으로 월남전에 군대를 파병한다.
바로 그 즈음.. 천재적인 감각으로 미술계에 이름을 떨쳤던 한국 최고의 조각가 준구는 몸이 서서히 마비되는 병에 걸려 목숨 같았던 작품 활동조차 포기한 채 삶의 의미를 잃고 살아간다. 그런 준구를 안타깝게 지켜보던 아내 정숙은 남편의 작품 활동 재개를 위해 누드 모델을 찾아 나선다. 그러던 어느 날, 한국전쟁과 월남 파병의 피해자이자 어린 나이에 어렵게 아이 둘을 키우면서도 봄 햇살 같은 순수함을 간직한 여자 민경을 만나게 되는데...
영화 <봄>은 2014년 1월 산타바바라 국제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인터네셔널 컴피티션 부문에 초청된 것을 시작으로, 4월에는 아리조나 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Best Foreign Feature)을 수상하고, 5월 밀라노 국제영화제에서는 한국영화 최초로 최우수 작품상(Best Film), 여우주연상(Best Acting Performance Female), 최우수 촬영상(Best Cinematography) 3개 부문 수상, 최다 노미네이트(8개 부문)에 이어, 7월 달라스 국제영화제에서는 최우수 작품상(Best Asian Narrative Film)과 최우수 촬영상(Best Cinematography), 그리고 연이어 마드리드 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Best Foreign Language Feature Film), 최우수 여우주연상(Best Lead Actress in a Foreign Language Film)까지 수상했다. 8월 광주 국제영화제에서는 11년 만에 한국영화가 개막작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으며, 10월 도쿄 국제영화제에서는 비경쟁부문 월드 포커스 섹션에 초청되는 등 미국, 이탈리아, 스페인, 한국에 이어 일본에서까지 화제작으로 떠올라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영화 <봄>의 연출을 맡은 조근현 감독은 <26년> 이후 다음 작품을 구상하다 시나리오 모니터링을 요청받은 자리에서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바로 연출을 제안했을 정도로 소재가 좋았고 마음에 들어 했는데 그것은 그 동안 영화 속 예술가와 모델의 관계가 왜곡되어 그려져 온 것에 답답함을 느꼈고, 마치 감독 본인의 모습을 투영한 듯한 시나리오를 마주하자 작품에 대한 연출 욕구가 들끓었다고 밝혔다. 덧붙여 “한국사회와 한국영화 전반에 만연한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상황 속에서 관객들이 이런 섬세한 결을 가진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진행을 결정하였다고 연출의 변을 밝혔다.
소설 <봄>은 영화에서 보여주지 못하는 인물들의 심리묘사와 상황설명을 더 깊숙이 설명하여 영화와는 또 다른 감동과 느낌으로 다가갈 것이다. 아울러 원작 시나리오를 소설 말미에 첨가하여 시나리오가 어떻게 영화로 만들어졌고, 또한 소설과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서로 비교해보는 재미도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신양중 (각본)
저자 신양중 (각본)은 1966년에 태어나 연세대학교를 졸업했다. 1991년 SK그룹 SKC에서 영화를 시작했고, 필름뱅크와 케이앤엔터테인먼트의 대표이사를 거쳐 현재 스튜디오후크의 대표이사로 25년째 영화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1990년대 《아래층 여자와 위층 남자》, 《남자위의 여자》, 《용병이반》 등의 기획으로 한국영화를 시작하여, 《방과 후 옥상》, 《공필두》, 《원탁 위의 천사》, 《신데렐라》, 《리턴》 등 제작투자, 《엄마》, 《두 여자》, 《용의자X》, 《봄》 등 을 제작했으며, 《두 여자》와 《봄》은 시나리오를 직접 집필했다. 제작과 각본을 겸한 영화 《봄》(2014)은 조근현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으로 산타바바라 국제영화제, 애리조나 국제영화제, 밀라노 국제영화제, 달라스 아시안 영화제, 마드리드 국제 영화제, 광주 국제영화제, 도쿄 국제영화제 등 유수 영화제에 초청되어 촬영상, 여우주연상, 최우수 작품상을 비롯 8관왕을 기록 중이다.
조민기
저자 조민기는 한양대학교에서 문화인류학을 전공하였다. 공교롭게도 극장과 영화사를 겸한 ㈜익영영화사(피카디리 극장)가 첫 직장이 되면서 취미였던 영화감상이 직업이 되었다. 그 후 광고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근무하던 중 회사 홍보기사로 작성한 ‘광고쟁이의 상상력으로 고전읽기’ 시리즈가 호응을 얻으며 칼럼니스트로서 활동을 시작했다. 세계일보에 칼럼 <꽃미남 중독>을 인기리에 연재하였고, 저서로는 <외조; 성공한 여자를 만든 남자의 비결>, <조선임금잔혹사; 그들은 어떻게 조선의 왕이 되었는가>가 있다. 현재 다양한 매체에 대중문화에 대한 칼럼을 기고하고 있으며,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 인문 역사 강연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1. 그 여자, 민경
2. 그 남자, 준구
3. 그의 아내, 정숙
4. 뜻밖의 제안
5. 향숙과 민경
6. 준구와의 만남
7. 나쁜 남자, 근수
8. 달라진 두 사람
9. 불안한 평온 1
10. 준구의 마음
11. 불안한 평온 2
12. 작가와 모델
13. 망가진 조각들
14. 마지막 선물
원작 시나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