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결혼 6 (완결)
“와인에 벌써 취한 모양이군.”
“……!”
휴대폰을 손에 꼭 쥔 채 아내를 향한 그의 눈빛만이 화려한 조명과 화려한 식탁을 대변하는 것처럼 빛이 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눈빛은, 반짝이는 그 눈빛은……시린 칼날처럼 날이 서 있었다. 금방이라도 칼날이 되어 한 여자의 심장으로 다가 올 것만 같았다. 수없이 심장을 찌르고, 수없이 외롭게 만든 날을 이 남자는 기억하고 있을까. 또 다른 무슨 말이 생각나고 있었지만 입을 다물어야만 했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세 딸을 위해서 또 참아야만 했기에 숯으로 변해가는 심장을 다스려야만 했다. 아프지만, 많이 아프지만 삼키어 갔다. 딸들이, 세 딸들이 보고 있기에 더 이상의 악한 감정은 꺼내 놓을 수가 없었다.
‘지영아, 그동안도 잘 참고 살았잖아. 그러니까 이대로 살아. 그게 널 위해서도, 또 세 딸들을 위해서도 좋은 거야. 가정은 지켜야지.’
가정을 위해서, 딸들을 위해서, 딸들을 위해서……. 딸들이란 말에 서글픔이 가슴 밑바닥까지 밀려 왔지만 그의 뒷모습을 또 보기로 마음먹었다. 이미 익숙한 그의 뒷모습이 오늘따라 무척이나 낯설어 보였다. 그는 화장실로 간다고 했다. 휴대폰은 테이블 위에 올려 두었기에 진짜 화장실로 가는 게 맞는 것 같았지만 남편이 아닌 낯선 남자를 쳐다보는 것만 같았다. 저 남자, 정말 내 남자가 맞는 것일까. 저 남자, 아직도 사랑하는 것일까. 저 남자가 이지영이란 여자를 사랑하는지도 궁금했지만 진짜 궁금한 것은 이지영이란 여자가 윤인혁이란 남자를 사랑하는지도 궁금했다.
‘이지영, 윤인혁이란 남자를 사랑하니? 아직도 사랑하니?’
혼자서 감정을 잡아가고 있는 지영을 세 딸이 말없이 바라보았다. 이름을 가진 여자였지만 세 딸에게 있어 그녀는 엄마였다. 가장 친숙한 이름이니까. 엄마,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