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이제 막 회사 앞에 도착한 선희가 회전문 안으로 발을 들여놓는 순간 잠시 방심했는지 8cm굽의 구두가 춤을 추듯 휘청거리더니 이내 회전하는 문틈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곤 회전문이 그대로 멈춰버렸다. 그래도 구두의 뾰족하고 기다란 앞코 덕분에 엄지발가락을 지켜냈다고 요거 하나 쓸모 있는 거였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그녀의 눈앞에 하얀 손이 불쑥 튀어나왔다. 뭐야. 남의 도움을 썩 내켜하지 않는 선희가 중얼거리며 위를 올려다보았다. 눈을 가리는 앞머리에 손보다는 좀 덜 하얀 피부를 가진 한 남자가 그녀를 향해 손을 내밀고 있다. 그녀는 순간 눈을 가리고 다니는 저 놈은 분명 음흉한 인간일거라고 생각하며 그 손을 거절하는 뜻으로 혼자 멋지게 일어나기 위해 다리에 힘을 주었다. 하지만 이 빌어먹을 폭 좁은 치마가 기어코 그녀의 자존심을 뭉개버린다. 반쯤 일어난 선희의 발목을 잡은 폭 좁은 치마가 그녀의 엉덩이를 다시 곤두박질치게 했다. 여전히 손을 내밀고 있는 저 음흉한 놈이 얼른 잡으라는 말인지 그녀의 눈앞에 손을 한번 흔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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