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죽인, 남자 2 (완결)
직업병 탓일까. 나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안전벨트를 풀며 뒤쫓아 내렸고 바짝 붙어서 범퍼를 아예 박살 내버린 까만 차의 운전석으로 걸음을 옮겼다.
‘똑똑똑’
지웅이는 여전히 뒷목을 잡으며 짜증이 제대로 났는지 인상을 구기며 운전석 창문을 두들겼다. 곧이어 차문이 열리고 말끔한 정장을 입은 남자가 내리더니 부딪힌 차의 상태부터 확인한다.
“아. 이거 죄송해서 어쩌죠. 일단 보험처리 하시죠.”
“아니, 신호 못 보셨어요? 빨간불인데 뭐하신 거예요?”
“죄송합니다. 급한 용무 때문에 전화 통화를 하느라.”
“전화통화요? 운전 중에 전화를 하셨다구요? 이사람 안 되겠네.”
두 남자의 대화에 끼어든 내가 못 마땅한 걸까. 남자는 지웅이에게 두고 있던 시선을 내게 옮겼고 나는 차의 상태를 확인하고 나서야 남자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까만 머리칼이 찬바람에 흐트러지며 그 사이로 보이는 쭉 찢어져 치켜 올라간 눈매와 까무잡잡하지만 깨끗한 피부와 도톰하고 붉은 입술이 낯설지가 않았다. 심장이 쿵쾅거리며 미친 듯이 뛰고 시려오는 게, 눈동자가 흔들리는 게. 이상했다.
“아, 이쪽은 신경 쓰지 마시구요. 보험처리 하겠습니다. 명함 하나만 주시겠어요?”
“…….”
“저기.”
나와 남자는 한참동안이나 서로의 눈을 마주하고 있었고 이 남자 또한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리는 걸 보았다. 그때 지웅이가 내 손목을 이끌고 자신의 뒤로 숨기더니 남자에게 다시 말을 건네었다. 남자는 그제야 지웅이를 쳐다보더니 살짝 미소를 띠우며 안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어 명함 한 장을 들어 보였다.
최을년의 로맨스 장편 소설 『너를 죽인, 남자』 제 2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