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로 (개정판) 1
내가 기자도 순사도 아니지만, 학생인건 맞소이다. 그리고 무슨 나쁜 뜻으로 그런 것은 아니니 오해는 마시오.”
“흥! 진짜 학생이란 걸 어떻게 믿는단 말이요?”
“내가 이래봬도 학교신문 기자요. 사이비는 아니니 안심하시오.”
승현이 지갑을 꺼내 학생증을 보여주자, 여인은 그때서야 의심이 좀 풀리는 듯 했다. 그러나 보통내기가 아니었던 여인은 승현에게 한 마디 더 쏘아붙였다.
“고려대학교? 흥, 아무리 그렇다고 공부하는 학생이 카메라나 들고 다니면서리, 부녀자 사진이나 몰래몰래 찍고 다니는 짓을 떳떳한 짓이라고 할 수야 없갔지요?”
“아니, 난 그저..”
“나 참 답답하게 시리.. 아까부터 ‘난 그저, 난 그저’... 그러지 말을 해요, 말을.”
이 난관을 어떻게 해쳐나가야 할까 궁리하던 승현의 머릿속에 마침 그럴듯한 변명이 번뜩 떠올랐다.
“아니, 웬 꽃송이 하나가 거기 들어와 앉아 있기에, 난 그저 엄동설한에 웬 꽃일까 하고 사진을 좀 찍었을 뿐이오.”
여인이 기가 차다는 듯 피식 웃었다.
“뭐야요?”
승현이 자못 진지한 표정을 지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