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이 엘리베이터는 어디로 연결되는 것일까. 엘리베이터가 멈춘 곳에는 무슨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친위대?

내릴 층수도 누르지 않았는데, 타자마자 엘리베이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니, 엘리베이터에 버튼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혹시 음성으로 제어되는 것일까. 정지. 네빌은 필사적으로 외쳐보았지만, 엘리베이터는 멈추지 않았다.

네빌은 당혹감에 휩싸였다. 좀 전에 엘리베이터 바닥에다 떨어뜨린 총을 주워들었다. 하지만 총열이 녹아 발사가 안 되는 걸 확인하자 총을 도로 떨어뜨렸다.

엘리베이터 한쪽 벽에 무너질 듯 기대어 선 네빌은 쓴웃음을 지었다. 지난 3개월 동안, 여왕에 대한 극도의 증오심을 불태웠다. 이처럼 증오하는 데도 오히려 피해 다녀야 하는 처지다. 여왕이 자신을 포함한 그 많은 사람들한테 한 짓을 떠올릴 때마다 격심한 증오와 분노로 피가 솟구쳤다.

사악한 마녀.

그곳에서 일어난 일들을 어떻게든 제국의 모든 주민들에게 알려야 한다. 그래서 자신들을 지배하는 인간의 실체를 바로 보게 해야 한다. 더 이상 그런 악랄한 여자의 지배를 받아서는 안 된다. 그러나 다음 순간, 현실을 깨닫지 않을 수 없었다. 헤베의 어디를 가나 여왕의 지배를 받지 않는 곳은 없다. 여왕으로부터 도망칠 수는 없다. 자신은 지금 전혀 가망 없는 일을 하는 셈이다.



황영희의 판타지 장편 소설 『THE PLANET HEBE』 제 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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